이인용·정금용 등 ‘전자’로…현장 강화하고 권한 위임
30일 단행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의 인사는 미전실 고위 간부조차 인사 발표 1시간 전에 겨우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인사는 지난 29일 저녁 결정돼 인사 대상자들에게만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비리에 진행된 미전실 개편은 팀장 7명 중 6명이 바뀌는 것으로, 인사 폭도 폭이지만 그룹의 컨트롤 타워로서 막강한 파워를 가졌던 미전실의 위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삼성그룹은 5월 1일자로 단행된 이번 인사에서 미전실 전략2팀장에 부윤경 삼성물산 기계플랜트사업부 부사장, 커뮤니케이션팀장에 이준 삼성전자 기획팀 전무, 기획팀장에 이수형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부사장, 경영진단팀장에 박학규 삼성전자 무선지원팀장(부사장), 준법경영실장에 성열우 준법경영실 부사장을 기용했다. 전략1팀장인 김종중 사장은 자리를 지켰다. 반면, 미전실 소속이었던 정금용 인사지원팀장(부사장)은 삼성전자 인사지원팀장으로,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김상균 준법경영실장(사장)은 삼성전자 법무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육현표 미전실 기획팀장(부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전략지원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고위급의 현장 배치라는 측면도 있지만 미전실의 ‘충실한 현장 지원’에 방점이 찍혔다고 볼 수 있다. 1959년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로 탄생한 삼성비서실이 전신인 미전실은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으로 명칭을 바꿔 가며 그룹 전체를 지휘·감독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막강한 위세를 누렸다. 그러나 삼성이 지난해부터 이건회 회장 이후 후계 구도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전실의 역할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미전실의 역할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마하경영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고자 현장의 역량을 강화하고 현장의 권한을 위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 등 미전실 팀장 3명의 전자행을 두고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문제 등 사회적 이슈, 채용 방식 변화 등의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인사로 미전실 팀장 7명의 평균 연령은 54세에서 53세로 내려갔다. 특히 이수형, 박학규 부사장은 50세다. 직급도 낮아졌다. 기존엔 사장급 팀장이 3명에 달했지만 이번 인사로 사장급은 김종중 사장 1명뿐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4-05-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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