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국민은행장 “내부 문제제기 덮는 건 직무유기”

이건호 국민은행장 “내부 문제제기 덮는 건 직무유기”

입력 2014-07-20 00:00
수정 2014-07-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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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만 신경쓰는 CEO는 범죄자…임 회장과 갈등, 각오한 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만한 자리에 앉아서 자리를 보전하는 데만 신경 쓰고, 그것이 옳고 그름에 우선한다고 여기면 그건 조직에 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은행 주전산기 교체 추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스스로 검사를 요청하고, 이 일로 자신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아 거취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인 데 대한 답변이다.

이 행장은 “이런 상황(임 회장과의 갈등설)을 각오하고 무릅쓸 만큼 (주전산기 교체는) 중대한 사안이었다”며 그럼에도 내부에서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받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건 은행장으로서 직무유기”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 여파로 내게 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점도 예상했다”며 “주전산기 교체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마당에 누가 힘이 더 세다고 그냥 덮고 넘어갈 이슈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 회장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행장과 회장이 맞서는 차원이나, 서로 잘잘못을 가리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 의혹이 제기됐고, 그걸 풀어보자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중징계 사유로 지목된 도쿄지점 일(부당대출 사건)이나 주전산기 교체 모두 내가 문제를 발견해 금감원에 보고하거나 검사를 요청한 사안”이라며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쿄지점 부당대출을 비롯해 국민주택기금채권 횡령,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주전산기 교체 파문 등 취임 후 1년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점을 거론하면서 “이런 일들로 제재심의가 이뤄지고, 거기에 내가 연관됐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조만간 금감원의 제재가 확정되는 데 대해선 “종종 자신을 돌아보는데, 별로 부끄러운 행동은 한 적 없다”며 “제재심의 회의에 지금까지 3차례 출석해서 성실하게 설명했다. 판단은 제재심의위원들의 몫이다”고 답했다.

이 행장은 통상적으로 중징계가 확정된 금융사 CEO는 스스로 물러나는 관례에 비춰 거취의 향방을 묻자 “그건 그때 가서(제재가 확정되고 나서) 생각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국내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실적이 모든 것을 정당화했다”며 “이 과정에서 적당한 편법과 반칙이 정당화되고, 동료의 등에 칼을 꽂고, 어느 정도 불법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퍼졌다”고도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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