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의 개편은 오래된 규정을 변화된 환경에 맞춰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적용 대상 축소 등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의 개편이 예산 편성과 집행에 정치논리 개입을 막을 수 있도록 한 중앙 정부의 견제 장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예산낭비 방지·재정운용 효율성 높여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1999년에 만들어졌다. 대규모 재정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 정책적 분석, 투자 우선순위, 적정 투자시기, 재원조달 방법 등 타당성을 검토해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대상 사업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화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지난 15년 동안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대체로 순기능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예비타당성 제도가 예산 편성의 한 과정이라는 인식이 정착돼 무리한 사업 추진을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999∼2009년에 436개 사업(사업비 208조원)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져 대상 사업의 41% 정도인 179개 사업(사업비 107조원)의 무리한 추진을 억제할 수 있었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예산 당국과 사업 추진 주무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보고서 검토 회의 등으로 서로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고 대상 사업에 대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 규모 커진 경제환경 반영 못해
하지만 제도 도입 15년이 지나는 동안 크고 작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경제 규모와 공사비 규모가 커지고 물가도 오르는 상황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기준은 그대로여서 정부의 간섭이 커지는 모양새가 됐다.
또 수도권과 지방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돼 지방의 불만이 컸다. 지방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에 수도권과 지방의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차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모처럼 대형 사업이 계획됐는데 예비타당성 조사로 사업 추진에 시간이 소요되고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져 차별을 받는다며 조사 대상 기준을 상향 조정하거나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를 인정해달라는 주장이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 대한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타당성 조사의 허와 실’ 보고서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의 규모가 크고 면제사유 적용이 임의적이다”며 “면제기준을 구체화하고 절차를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분석을 보완하기 위한 종합평가(AHP)에 들어가는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가중치의 적정성 문제도 있다.
경제성 위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책적 및 지역균형 발전 요소를 더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적용 대상 금액·지역균형발전 배점 상향 조정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의 사업비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지난해 11월 제출한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사업비 기준 조정에 참고하고 있다.
김 의원 등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조사 대상 기준을 기존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고지원 300억원인 사업에서 총사업비 1천억원이고 국고지원 6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때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정치인 ‘지역구 챙기기’ 더 성행할 수도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예비타당성 제도가 개선되면 제도 적용 대상 사업은 줄고 평가에서 경제성보다는 지역균형발전 비중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제도가 느슨해지고 경제성 이외 요인의 비중이 커진다.
특히 행정부보다 입법부의 권한이 강해지는 추세 속에서 예비타당성 제도가 완화되면 경제논리와 정치논리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당시까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은 23개 SOC 사업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뿐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낙제점을 받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도 사업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작용한다는 분석이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의 기준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 발전이 많이 이뤄져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대형 SOC 사업을 할 곳이 많지 않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제도 도입 15년이 지난 만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제도가 완화되면 예산 편성·집행에서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종합평가(AHP) 부문에서 지역균형 발전의 가중치를 어느 정도 더 늘릴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합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하지만 적용 대상 축소 등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의 개편이 예산 편성과 집행에 정치논리 개입을 막을 수 있도록 한 중앙 정부의 견제 장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예산낭비 방지·재정운용 효율성 높여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1999년에 만들어졌다. 대규모 재정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 정책적 분석, 투자 우선순위, 적정 투자시기, 재원조달 방법 등 타당성을 검토해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대상 사업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화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지난 15년 동안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대체로 순기능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예비타당성 제도가 예산 편성의 한 과정이라는 인식이 정착돼 무리한 사업 추진을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999∼2009년에 436개 사업(사업비 208조원)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져 대상 사업의 41% 정도인 179개 사업(사업비 107조원)의 무리한 추진을 억제할 수 있었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예산 당국과 사업 추진 주무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보고서 검토 회의 등으로 서로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고 대상 사업에 대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 규모 커진 경제환경 반영 못해
하지만 제도 도입 15년이 지나는 동안 크고 작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경제 규모와 공사비 규모가 커지고 물가도 오르는 상황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기준은 그대로여서 정부의 간섭이 커지는 모양새가 됐다.
또 수도권과 지방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돼 지방의 불만이 컸다. 지방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에 수도권과 지방의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차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모처럼 대형 사업이 계획됐는데 예비타당성 조사로 사업 추진에 시간이 소요되고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져 차별을 받는다며 조사 대상 기준을 상향 조정하거나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를 인정해달라는 주장이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 대한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타당성 조사의 허와 실’ 보고서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의 규모가 크고 면제사유 적용이 임의적이다”며 “면제기준을 구체화하고 절차를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분석을 보완하기 위한 종합평가(AHP)에 들어가는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가중치의 적정성 문제도 있다.
경제성 위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책적 및 지역균형 발전 요소를 더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적용 대상 금액·지역균형발전 배점 상향 조정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의 사업비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지난해 11월 제출한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사업비 기준 조정에 참고하고 있다.
김 의원 등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조사 대상 기준을 기존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고지원 300억원인 사업에서 총사업비 1천억원이고 국고지원 6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때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정치인 ‘지역구 챙기기’ 더 성행할 수도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예비타당성 제도가 개선되면 제도 적용 대상 사업은 줄고 평가에서 경제성보다는 지역균형발전 비중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제도가 느슨해지고 경제성 이외 요인의 비중이 커진다.
특히 행정부보다 입법부의 권한이 강해지는 추세 속에서 예비타당성 제도가 완화되면 경제논리와 정치논리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당시까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은 23개 SOC 사업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뿐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낙제점을 받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도 사업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작용한다는 분석이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의 기준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 발전이 많이 이뤄져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대형 SOC 사업을 할 곳이 많지 않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제도 도입 15년이 지난 만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제도가 완화되면 예산 편성·집행에서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종합평가(AHP) 부문에서 지역균형 발전의 가중치를 어느 정도 더 늘릴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합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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