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선물시장 6년…1년간 거래없는 애물단지 전락

돼지선물시장 6년…1년간 거래없는 애물단지 전락

입력 2014-07-20 00:00
수정 2014-07-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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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단 한 건의 거래도 없었던 시장이 있다.

한국거래소의 돼지고기 선물(先物)시장이 그곳이다.

지난해 6월 한 달간 33건의 계약이 끝이었다.

개점휴업 상태라고 일컫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돈육선물시장은 지난해 7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계약 건수 ‘0’의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미리 정한 가격으로 장래의 특정 시점에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돈육선물이 상장된 것은 2008년 7월 21일. 벌써 6년이 흘렀다.

1999년 금 선물에 이어 두 번째로 부푼 기대와 함께 상장된 상품이었고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세 번째 개장이었다. 돼지고기 가격의 급등락에 대비한 헤지 수단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지만 정부 차원의 정책적 필요성도 있었다.

용두사미 정도라도 됐으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이다.

월간 하루평균 계약금액만 봐도 체감할 수 있다. 장을 열었던 2008년에는 6억원 안팎이었으나 해가 바뀌자마자 3억원 수준으로 급감하며 반 토막이 돼버렸다.

그래도 2011년 6월까지는 하루에 억대의 거래가 이뤄졌다.

같은 해 7~9월 각각 8천100만원, 2천200만원, 1천800만원에 이어 2011년 10월부터는 하루 1천만원 밑으로 내려앉았고 이내 1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형 정육점의 거래액도 이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라는 넋두리가 나올 정도였다.

급기야 2012년 3월부터는 거래건수가 하나도 없는 0의 행진이 시작됐다.

백약이 무효였다.

보다 못한 거래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0년 9월 최소 기본예탁금을 1천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춘 데 이어 작년 4월부터 시장조성자로 기존 NH선물 외에 삼성선물, BS투자증권을 추가하고 시장조성자에 대한 의무와 비용부담을 완화했다.

시장 조성자와 관련한 조치 직후 하루 100만원 안팎의 미미한 계약이 있었지만 딱 석 달이 지난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거래가 끊겼다.

거래 실종이 나타난 2012년 3월부터 따지면 사실상 2년 넘게 죽은 시장이 됐다.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이 ㎏당 6천원을 넘으며 고공행진을 해도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돈(豚)으로 돈(Money)을 버는 새로운 투자’라고 불렸던 돈육선물이 왜 이렇게 계륵보다 못한 신세가 됐을까.

전문가들은 수요 부족을 먼저 꼽는다. 양돈업자는 물론이고 육가공업체나 유통업체도 시장 참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품가치가 떨어져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는 돈육선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 일반 투자자는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선물회사에도 전문가가 없다 보니 거래했다가 손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NH농협선물마저도 지난해 시장조성자 역할을 내려놓으면서 지금은 시장조성자가 사실상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상장 초기에는 그래도 코스피도 좋고 선물시장도 괜찮았기 때문에 공익 차원에서 선물회사가 참여하기도 했으나 지금 같은 시장 침체기에는 선물회사에 권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선물업체 관계자는 “상품 설계부터 잘못됐기에 상품가치가 없다. 현재가를 보여주지 못한 채 다음날에 전날 가격을 알 수 있으니 눈 가리고 거래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차라리 해외 거래를 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가격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돼지고기 가격 파동이 나면 정부가 삼겹살을 수입해 시장가격을 조정하는 사례가 있었기에 그렇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어서 업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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