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인식 공유 조찬회동
한국은행이 다음달 금리 인하 쪽으로 한발 더 옮겨갔다. “우리 경제의 하강(하방) 위험이 더 크다”고 정부와 공개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며 손을 맞잡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 모두 우리 경제가 앞으로 치고 올라갈 힘보다 고꾸라질 확률이 더 높다면서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제주체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다만, 하강 위험 정도 등 각론에서는 견해차를 드러냈다.최경환(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이 총재는 최 부총리가 취임 뒤 만난 첫 외부 기관장이다. 그만큼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가 ‘전복죽 회동’에 담겨 있다. 최 부총리는 “기재부와 한은은 (거시)경제(정책)의 양 축”이라며 “서로 협력해야 경제가 잘된다”고 강조했다. ‘협력’이라는 단어를 통해 금리 인하를 다시 한번 우회적으로 주문한 셈이다. 시장의 관심사는 이제 ‘새달 인하’가 아니라 ‘인하 폭’(0.25% 포인트 vs 0.5% 포인트)과 ‘인하 횟수’(1번 vs 2번)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동결 관측을 고수하던 골드만삭스도 이날 ‘3분기 중 한 차례 인하’로 전망을 수정했다.
그렇다고 정부와 한은이 완벽히 합심(合心)인 것은 아니다. 경기 진단에 있어 정부가 한은보다 비관적이다. 최 부총리는 “경기회복 모멘텀(추진력)이 꺼질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라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 한다”고 본다. 이 총재는 위험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3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비관적인 게 아니라 한은이 낙관적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부와 한은은 오는 24일 성장률 전망 수정치와 2분기 성장률 속보치를 각각 발표한다. 가계부채나 일본식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생각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살려야 한다는 것, 그 소비의 주체인 가계가 기업 이익이 느는 만큼 과실(배당, 임금 등)을 공유하지 못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쌓여가고 있다는 데는 두 사람의 생각이 같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7-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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