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페이냐 카카오페이냐…모바일 결제 향방은

애플 페이냐 카카오페이냐…모바일 결제 향방은

입력 2014-09-14 00:00
수정 2014-09-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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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결제 시장은 지지부진…온라인이 승부처”

지난해 3월 금융결제원과 국내 16개 은행이 공동으로 스마트폰 지갑 ‘뱅크월렛’을 내놓았을 때 곧 지갑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 서비스는 뱅크월렛 애플리케이션(앱)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내려받으면 스마트폰 유심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이용자는 원하는 은행의 현금카드를 ‘주카드’로 설정해 사용할 수 있다.

뱅크월렛의 쓰임새는 크게 두 가지다.

전국 7만5천여대의 금융기관 자동화기기(CD/ATM)에서 스마트폰의 간단한 터치만으로 현금인출, 계좌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할인점, 편의점, 체인점 등의 오프라인 가맹점과 모바일쇼핑몰 등 온라인 가맹점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모바일 카드·전자지갑 봇물…사용처는 제한적

신한, 현대, 삼성카드 등 6개 카드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앱 형태의 모바일카드도 지난 9일 상용화됐다.

앞서 BC카드, 하나SK카드 등 신용카드사들도 유심에 신용카드 정보를 담아서 쓰는 모바일카드를 내놓고 주유소 등을 상대로 가맹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금카드와 신용카드, 멤버십카드 등을 담을 수 있는 전자지갑도 최근 몇 년 사이 통신사와 카드사를 중심으로 쏟아져 나왔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스마트월렛’을 2010년 출시한 것을 필두로 LG유플러스가 2011년 ‘U+스마트월렛’을, KT가 2012년 ‘모카(Moca)’를 각각 출시했다.

2012년 신한카드가 카드사 최초로 ‘신한 스마트월렛’을 선보였고 뒤이어 하나SK카드가 ‘겟모어’를 내놓고 이를 ‘모비빅스’로 업그레이드했다. 이밖에 삼성카드의 ‘m포켓’, KB국민카드의 ‘KB와이즈월렛’ 등 카드사들과 은행들이 저마다 전자지갑을 내놓았다.

그러나 모바일 결제 시장을 놓고 주도권 쟁탈전은 치열한데 어떤 업체도 시장에서 뚜렷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 형국이다.

모바일 카드나 전자지갑이 말처럼 플라스틱 카드나 일반 지갑을 대체하기에는 인프라가 여전히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벽은 스마트폰을 터치해 결제할 수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리더기(단말기) 보급이 부진한 점이다. 유명 유통업체나 체인점에서는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지만, 동네 호프집이나 삼겹살집을 이용하려면 여전히 플라스틱 카드를 들고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카드승인 중개업체(VAN)들은 리더기 교체를 꺼리고 있고 카드사나 통신사 등도 이 분야가 조기에 활성화될 것인지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 분담에 난색”이라고 말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기존 리더기가 노후화돼야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리더기로 교체될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일찌감치 ‘삼성 월렛’이라는 전자지갑을 내놓았지만, 국내시장에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애플 페이 미국서 큰 반향…국내서는 영향 미미할 듯

이런 가운데 최근 애플이 앞으로 출시할 아이폰6에 전자지갑인 ‘애플 페이’를 넣으면서 NFC 모바일 결제 시장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이 이미 3년 전 ‘구글 월렛’을 내놓았지만, 그다지 시장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애플 페이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 월렛이 단지 플랫폼만 제공한 것과 달리 애플 페이는 모바일 결제를 위한 생태계를 제시했다. 미국 신용카드 결제의 83%를 차지하는 마스터, 비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3대 카드사를 비롯해 주요 금융권과 손잡았고 맥도널드, 나이키, 스타벅스 등 22만개 이상의 제휴점을 확보한 것.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사이트와 앱 초기화면이 애플의 모바일 결제시스템 ‘애플 페이’를 알리는 광고판으로 변한 것은 이들 은행이 애플 페이의 성공에 베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애플 페이가 미국에서 NFC 결제 시장을 본격적으로 여는 주역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비록 미국에서 큰 성과를 내더라도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국내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도 아이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통신사, 카드사, 은행 등이 협력과 경쟁하는 복잡한 구도에서 외국 업체인 애플이 주도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 페이는 아이폰 안에 IC칩으로 카드 정보를 담기 때문에 주로 유심을 활용하는 국내 방식과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면서 “애플이 주도하는 시스템이 국내 보안성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결제 활성화가 승부처…추후 오프라인으로 전이”

모바일 결제라고 하면 통칭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를 말하지만, 사용처에 따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분명하게 나뉜다.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엄밀하게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페이팔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중국에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텐페이’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탄탄한 온라인 기반을 가진 덕분이다.

온라인상에서 모바일 결제 규모가 급성장하는 것은 오프라인에서처럼 별도의 결제 단말기가 필요 없고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서는 최근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든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결제원과 은행들이 주도하는 뱅크월렛이 카카오와 손을 잡은 것은 이런 맥락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제공해 ‘뱅크월렛 카카오’를 다음 달 중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 업체는 이와 별도로 최근에 모바일 결제 수단인 ‘카카오페이’도 내놓았다.

카카오는 일단 온라인에 집중해 가맹점 수를 넓히고 나서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시장을 넘보겠다는 심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NFC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든 것은 결국 오프라인에서도 모바일 결제로 갈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국내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스마트폰 결제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모바일 결제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는 업체가 이를 바탕으로 나중에 오프라인 시장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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