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소비자물가에 연동시키는 이유는

담뱃값, 소비자물가에 연동시키는 이유는

입력 2014-09-14 00:00
수정 2014-09-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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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효과 장기화, 세수확보에 수월

정부의 담뱃값 물가연동제 추진은 금연 효과를 장기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담뱃값이 2천원 올라가고 물가가 일정 수준 상승할 때마다 담뱃값이 자동으로 인상되면 가격 부담에 따른 금연 효과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외에도 담뱃값 물가연동제는 조세 저항과 논란 없이 세수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급격한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발생하는 사재기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담뱃값이 물가와 함께 계속 오르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에는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 “가격 부담에 담배 끊을 사람은 결국 끊는다”

정부가 담뱃값의 물가연동제를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 금연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담뱃값이 소비자물가에 따라 계속 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담배를 끊을 사람은 결국 끊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은 금연 정책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흡연층인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담뱃값 인상(54.4%)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서도 가격정책의 금연 기여도가 36.5%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과거에는 담뱃값이 한꺼번에 오른 뒤 상당 기간 변동이 없어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약화됐다.

담뱃값이 500원 인상됐던 2004년 57.8%였던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05년 50.3%, 2006년 45.9%로 떨어진 이후 2013년에는 43.7%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물가연동제가 시행되면 소비자물가가 5% 오를 때마다 담뱃값도 상승하게 돼 금연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물가연동제는 담뱃값에 물가상승률이 매년 반영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까지 누적돼 연동되기 때문에 가격 효과의 강도가 크다.

정부 관계자는 “종전에는 담뱃값 인상 이후 금연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다가 정체됐다”면서 “물가연동제가 도입되면 금연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담뱃값이 지난 10년간 오르지 않아 상대적으로 너무 싸고 이 때문에 흡연율이 높았다”면서 “담뱃값의 물가연동제는 바람직하고 국민 건강증진과 간접흡연 피해 등을 고려하면 물가상승률보다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 논란 줄어…일정 가격대까지 세수 확보 수월

담뱃값을 물가와 연동하면 가격 인상 때마다 발생했던 사회·정치적 논란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수월하게 담배 관련 세금을 거둘 수 있다.

그동안 정부가 담뱃값을 올릴 때마다 논란이 발생했고 이번에도 정부와 정치권, 정부와 시민단체 간 대립이 빚어졌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고 정치권과 일부 시민 단체들은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다거나 우회 증세라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 내부에서도 담뱃값 인상 폭을 두고 이견이 있었다.

담뱃값 인상 때마다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행정 절차도 거쳐야 했다.

결국 현재와 같은 담뱃값 결정 방식이 지속되면 반복해서 이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물가연동제가 법률로 정해지면 세제 개편 없이 물가가 오를 때 자동으로 담뱃값이 인상돼 논쟁과 행정 절차를 피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물가가 오르면 담뱃값이 인상되고 관련 세금도 늘어나 물가연동제가 도입되지 않았을 때보다 쉽게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담배값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수요 감소로 세수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흡연율 저하로 세수 증대 이상의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경제지표 일시적 ‘출렁’ 축소

물가연동제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경제 지표의 일시적 출렁임도 줄일 수 있다.

담뱃값은 물가뿐만 아니라 GDP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04년 말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가 발생해 2005년 1분기 GDP 성장률이 추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매상들이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에 나선 탓에 2005년 1분기 담배 생산이 전년 동기보다 50%나 급감, 1분기 GDP에 0.3∼0.4%포인트 정도의 하락요인이 생겼다. 판매가격에서 세금 비중이 70%에 달하는 담배는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으로 부가가치생산액의 합계인 GDP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물가연동제가 시행되면 사재기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경제 성장률이 담뱃값이 인상으로 변동할 가능성이 감소한다.

물가의 급격한 상승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2%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담뱃값이 물가와 연동해 오르면 물가에 미치는 일시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

◇ “서민증세 비난 없애려면 담뱃세 건강 위해 사용해야”

물가연동제는 담뱃값의 지속적인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저소득층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건강을 위해 금연이 좋지만, 정부의 정책에 의해 기호 물품을 즐길 권리가 박탈된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유가 있는 계층은 가격이 몇천원이 올라도 특별한 부담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계층은 금전적 고통이 클 수 있다”면서 “단순하게 끊으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격이 올라가 개인 취향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강요당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은 가격이 오른 담배를 구입해야 돼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담뱃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담뱃값 인상은 ‘서민 증세’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임 연구위원은 “담뱃값의 물가연동으로 걷힌 돈을 국민 건강을 위해 쓰면 좋지만, 다른 쪽에 사용한다면 (담뱃값의 물가연동제는) 정당하다고 얘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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