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전철 안밟으려면 규제개혁·감세 나서야”

“아베노믹스 전철 안밟으려면 규제개혁·감세 나서야”

입력 2014-11-23 00:00
수정 2014-11-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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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보고서 “아베노믹스 경제활성화 효과 회의적”

“아베노믹스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규제개혁, 법인세 인하 등 성장 중심의 정책 기조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아베노믹스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도 아베노믹스의 단기처방 위주 정책이 초래한 문제를 답습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 -7.3%에 이어 3분기에도 -1.6%를 기록하는 등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자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펼쳐온 정책수단을 일컫는 ‘아베노믹스’ 실패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경연은 무제한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신성장 등 아베노믹스 정책 가운데 ‘마지막 화살’인 신성장 정책에 주목하며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었는데 제대로 시행조차 못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정책은 법인세율을 기존 35.64%에서 단계적으로 20%대까지 낮춰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시키고 규제개혁, 산업재건을 도모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앞서 두 개의 화살로 큰 성과를 보지 못한 일본 정부가 성장 위주의 전략을 펼쳐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세 번째 화살이라도 제대로 쐈어야 한다”며 “현재 구조개혁 등 핵심 안건이 마련되지 않아 처리가 지연되고 있으며, 법인세 인하도 구체적 시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원활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경엽 한경연 공공정책연구실장은 “초기 아베노믹스 정책은 재정과 통화 정책에 편향돼 경제에 ‘모르핀 주사’만 놓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며 “경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일찌감치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한 체질 개선과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인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한경연은 그 장기적 효과에 의문을 표했다. 소비세 인상으로 물가가 높아지면서 실질국민소득과 실질임금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2분기 0%, 올 2분기 -1.8%를 기록하는 등 물가상승이 임금상승 효과를 압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엔화가치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에도 일본이 빈번히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엔고 탈피를 시도했지만 지속적인 무역 수지 흑자, 안전자산으로의 엔화 수요증가, 국내 유동성 공급부족 등의 이유로 실패했다.

두 번째 화살인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공공사업을 적극 추진해 관련 산업의 생산 및 고용유발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경연은 “기대와 달리 공공사업의 경기부양 효과가 낮아 재정적자만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와 생산이 둔화돼 재정지출이 지속되더라도 조세수입이 예상보다 적어 오히려 국가채무가 급속히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현재 재정수입의 43%를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재정지출의 24%를 국채의 원금상환과 이자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재정구조가 매우 취약한 편이다.

허원제 한경연 연구위원도 “일본처럼 높은 국가채무 수준에 이르지 않으려면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부도(不渡) 정책의 청산이 필요하다”며 “복지정책은 난립하고 있지만 재원조달 계획은 막연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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