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금융실명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비자금 사건에서는 언제나 차명계좌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에도 금융기관이 실명확인의무를 부과받았을 뿐 은행 고객은 실명거래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차명거래에 따라 세제상 문제가 적발되면 가산세를 납부해야 했지만, 차명거래를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29일 시행되는 개정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앞으로는 은행 고객도 실명확인의무를 부과받는다.
조세 회피나 절감을 위한 모든 차명거래는 불법으로 간주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가능성이 생긴 되는 것이다.
◇고객에도 실명거래 의무 부과…위반 시 형사처벌
개정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실명거래책임을 거래 고객에게도 부과하고 불법차명거래 적발 시 형사처벌을 하는 점이다.
29일부터는 불법 차명거래가 적발되면 명의를 빌린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거나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거래자가 불법 목적으로 차명 거래를 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명의를 빌려줬다면 명의 대여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동안은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뒀다가 적발되더라도 가산세를 내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조세상 문제를 넘어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불법재산 은닉, 자금세탁, 조세포탈, 강제추심 회피 등을 목적으로 한 차명 금융거래가 모두 금지된다.
재력가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에 돈을 분산(조세포탈)했다면, 이는 불법 차명거래에 해당한다.
60대 노인이 비과세 혜택을 추가로 받고자 다른 노인의 명의를 빌려 생계형 저축에 돈을 넣어두는 것도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이밖에 채무자가 채권자에 돈을 갚지 않으려고 본인 자금을 타인 계좌에 예금하는 경우, 비자금 세탁 용도로 타인 계좌를 사용하는 경우, 불법 도박 등 불법으로 얻은 자금을 숨기기 위해 타인 계좌를 이용하는 경우 등도 모두 불법 차명거래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된다.
◇차명거래하면 돈 떼일 가능성 높아져
개정법에서 유의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차명계좌에 넣어둔 둔 돈은 원칙적으로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명의자를 신뢰해 차명계좌를 개설했다가 추후 소유권을 놓고 분쟁이 생기면 실소유자는 소유권 분쟁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즉, 명의를 빌려준 사람한테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예를 들어, 옛 정권 실세 A씨가 내연녀 B씨 명의의 차명계좌에 거액의 비자금을 입금해 뒀다가 B씨가 돌변해 계좌 자금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 A로서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A씨가 돈을 되돌려 받으려면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차명거래 행적이 드러나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명거래의 위험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차명거래 유인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개정법의 취지다.
◇동창회·계 운영 차명계좌는 합법…경계 모호 지적도
그렇다고 모든 차명거래가 불법 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경우 증여세 면제 범위에서는 얼마든지 명의를 빌려줄 수 있다. 증여세 면제 범위 내에서의 자금 이동은 조세포탈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예컨데, 현금 10억원을 보유한 자산가 C씨가 배우자 명의로 6억원, 성년 자녀 명의로 5천만원, 양 부모 명의로 각각 3천만원 규모의 차명계좌를 보유했다면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문제될 점은 없다.
현행법상 10년 합산 기준으로 배우자에게는 6억원, 자녀에게는 5천만원(미성년 자녀는 2천만원), 부모에게는 3천만원, 기타 친족에게는 500만원까지 증여세가 감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 명의의 계좌에 1억원이 있다면 5천만원을 C씨 본인 계좌로 되돌려 놔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실명제법 입법 예고 기간 차명계좌 자금 중 이미 상당금액이 절세상품 등으로 옮겨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 시행 후라도 차명계좌 자금은 증여 신고를 하고 가산세를 포함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 경우 명의자가 계좌 보유액의 실소유주로 전환된다.
한편 동창회·계·부녀회 등 친목모임을 관리하는 총무의 계좌나 문중, 종교단체의 자산을 관리하는 대표자의 계좌는 ‘선의(善意)의 차명계좌’로 인정받아 처벌받지 않는다.
후견인인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금융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부모 명의로 예금하는 경우도 선의의 차명거래로서 예외로 인정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수많은 형태의 친목모임이 존재하고 이들의 불법 차명거래 여부를 가려낼 경계도 모호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의의 차명거래 범위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못하다 보니 실명제의 맹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체가 차명거래 여부를 자발적으로 사전등록하도록 해 선의 여부를 가리는 기준점을 세우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에도 금융기관이 실명확인의무를 부과받았을 뿐 은행 고객은 실명거래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차명거래에 따라 세제상 문제가 적발되면 가산세를 납부해야 했지만, 차명거래를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29일 시행되는 개정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앞으로는 은행 고객도 실명확인의무를 부과받는다.
조세 회피나 절감을 위한 모든 차명거래는 불법으로 간주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가능성이 생긴 되는 것이다.
◇고객에도 실명거래 의무 부과…위반 시 형사처벌
개정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실명거래책임을 거래 고객에게도 부과하고 불법차명거래 적발 시 형사처벌을 하는 점이다.
29일부터는 불법 차명거래가 적발되면 명의를 빌린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거나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거래자가 불법 목적으로 차명 거래를 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명의를 빌려줬다면 명의 대여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동안은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뒀다가 적발되더라도 가산세를 내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조세상 문제를 넘어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불법재산 은닉, 자금세탁, 조세포탈, 강제추심 회피 등을 목적으로 한 차명 금융거래가 모두 금지된다.
재력가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에 돈을 분산(조세포탈)했다면, 이는 불법 차명거래에 해당한다.
60대 노인이 비과세 혜택을 추가로 받고자 다른 노인의 명의를 빌려 생계형 저축에 돈을 넣어두는 것도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이밖에 채무자가 채권자에 돈을 갚지 않으려고 본인 자금을 타인 계좌에 예금하는 경우, 비자금 세탁 용도로 타인 계좌를 사용하는 경우, 불법 도박 등 불법으로 얻은 자금을 숨기기 위해 타인 계좌를 이용하는 경우 등도 모두 불법 차명거래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된다.
◇차명거래하면 돈 떼일 가능성 높아져
개정법에서 유의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차명계좌에 넣어둔 둔 돈은 원칙적으로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명의자를 신뢰해 차명계좌를 개설했다가 추후 소유권을 놓고 분쟁이 생기면 실소유자는 소유권 분쟁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즉, 명의를 빌려준 사람한테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예를 들어, 옛 정권 실세 A씨가 내연녀 B씨 명의의 차명계좌에 거액의 비자금을 입금해 뒀다가 B씨가 돌변해 계좌 자금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 A로서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A씨가 돈을 되돌려 받으려면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차명거래 행적이 드러나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명거래의 위험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차명거래 유인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개정법의 취지다.
◇동창회·계 운영 차명계좌는 합법…경계 모호 지적도
그렇다고 모든 차명거래가 불법 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경우 증여세 면제 범위에서는 얼마든지 명의를 빌려줄 수 있다. 증여세 면제 범위 내에서의 자금 이동은 조세포탈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예컨데, 현금 10억원을 보유한 자산가 C씨가 배우자 명의로 6억원, 성년 자녀 명의로 5천만원, 양 부모 명의로 각각 3천만원 규모의 차명계좌를 보유했다면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문제될 점은 없다.
현행법상 10년 합산 기준으로 배우자에게는 6억원, 자녀에게는 5천만원(미성년 자녀는 2천만원), 부모에게는 3천만원, 기타 친족에게는 500만원까지 증여세가 감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 명의의 계좌에 1억원이 있다면 5천만원을 C씨 본인 계좌로 되돌려 놔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실명제법 입법 예고 기간 차명계좌 자금 중 이미 상당금액이 절세상품 등으로 옮겨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 시행 후라도 차명계좌 자금은 증여 신고를 하고 가산세를 포함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 경우 명의자가 계좌 보유액의 실소유주로 전환된다.
한편 동창회·계·부녀회 등 친목모임을 관리하는 총무의 계좌나 문중, 종교단체의 자산을 관리하는 대표자의 계좌는 ‘선의(善意)의 차명계좌’로 인정받아 처벌받지 않는다.
후견인인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금융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부모 명의로 예금하는 경우도 선의의 차명거래로서 예외로 인정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수많은 형태의 친목모임이 존재하고 이들의 불법 차명거래 여부를 가려낼 경계도 모호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의의 차명거래 범위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못하다 보니 실명제의 맹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체가 차명거래 여부를 자발적으로 사전등록하도록 해 선의 여부를 가리는 기준점을 세우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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