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깊어지는 한은의 고민

KDI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깊어지는 한은의 고민

입력 2014-11-25 00:00
수정 2014-11-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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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해진 대내외 환경…주요국 완화적 통화정책에 KDI 인하 주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 시대에 진입할 것인가.

한은은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내외 금리차의 축소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지만 대내외 환경이 금리 인하 압박을 키우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일 ‘일본의 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도 일본과 유사한 형태의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현재 명목 정책금리가 2%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물가도 사상 최저 수준이므로 실질금리는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라면서 “현 상황에서도 금리를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고 좀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과 10월 기준금리 인하 때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로 평가한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 끝에 더는 금리 문제를 언급하기를 꺼리는 가운데 KDI가 대신 포문을 연 셈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한은에 추가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1일 예금금리를 종전 연 3.0%에서 2.75%로, 대출금리는 6.0%에서 5.6%로 각각 내리기로 하는 등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섰다. 2년 4개월만의 금리 인하 조치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 위축을 이번 금리 인하만으로는 억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면서 내년에도 추가적인 완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추가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퍼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1일 “인플레율 달성 전망이 한층 더 악화될 위험이 있다면 자산 매입의 규모와 속도, 종류를 그에 맞춰 바꾸어나갈 것”이라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론이 시장에서는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중국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와 이미 올해 하반기 두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내외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는 지난 9월말 현재 1천60조3천억원으로 석달만에 22조원(2.1%)이나 늘었다.

내외 금리차 축소는 당장 자본유출로 이어질 상태는 아니지만 내년 중후반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개시되면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한은은 국내 경기 추이와 함께 주요국의 통화정책 추세를 지켜보느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점은 대내외 환경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압박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이주열 총재의 가계부채나 내외금리차에 대한 최근 발언은 점점 선택의 기로에 몰리는 한은의 어려운 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자본유출이 되는 수준에 가깝게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달 18일에는 “내년에 금리가 오르면 한계가구 중 일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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