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동일 제품 가격 2배 차… 보조금 한도 27만원 안 지켜
“오후 2시부터 60만원을 깜짝 할인하라고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왔어요. 지금 어디 가도 이 값에 못 삽니다.”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종각역 인근 한 휴대전화 판매점의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이 직원에게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보조금 한도(27만원)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할부금 몇 개월치를 대신 갚아 주는 식으로 하면 된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4(LTE-A)의 가격은 최저 35만 5000원에서 최대 80만 5000원으로 2배 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싼 곳의 경우 제조사가 밝힌 출고가(95만 5000원)와 무려 6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특히 동일 제품에 대해 45만원씩이나 차이 나는 판매점 2곳 간의 거리는 176m에 불과했다. “스마트폰값은 복불복”이라는 시쳇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경쟁사 제품들도 마찬가지였다. LG G2의 최저가와 최고가 차이는 50만원(30만~80만원)에 달했고 팬택 베가 시크릿업의 가격은 16만원(최저가)~72만 4800원(최고가)으로 4.5배 차이가 났다. 출고가가 106만 7000원에 달하는 삼성 갤럭시노트3도 정도는 덜했지만 판매점별로 큰 가격 차(60만 7000원~88만 7000원)를 보였다.
보조금 단속을 피하는 방식도 지능화됐다. 통신사나 제조사가 특정 시간대에 지역 대리점에 보조금 혜택을 몰아주거나 대리점 자체적으로 할부 개월 수를 30개월까지 늘려 수개월치 할부금을 대납해 주는 등 수법은 다양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지금처럼 소비자를 우롱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얼마든지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27만원 한도라는 방통위 기준은 100만원이 넘는 고가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맞지 않는다”면서 “특히 요즘은 통신사 외에도 제조사나 대리점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주고 있어 방통위가 시장 혼란의 책임을 모두 통신사에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부와 통신사가 기존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사이 판매 원가 공개 주장에만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방통위에서) 규제를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보조금 경쟁이 이뤄지는 건 현행 보조금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좀 더 투명하게, 좀 더 알기 쉽게 판매가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4-01-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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