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기업 체험 현장’···중기부 공무원들이 기업 현장으로 출근한 까닭은

여기는 기업 체험 현장’···중기부 공무원들이 기업 현장으로 출근한 까닭은

류찬희 기자
입력 2022-01-27 17:15
수정 2022-01-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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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공무원 기업 체험 현장
중기부, 공무원 기업 체험 현장 중기부 송양훈(맨 오른쪽)사무관이 창업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꼼꼼히 메모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중기부 4·5급 이하 실무 공무원 2주간 창업기업 현장 근무

-기업 현장 목소리 반영하려는 ‘권칠승표’ 현장 행정 모델

-오직 기업 소통에만 전념하도록 출장 보고서 제출 최소화

송양훈 중소벤처기업부 청년정책과 사무관 등 3명은 지난 17일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 정부세종청사가 아닌 서울 강남 역삼동 벤처·창업기업 현장으로 출근했다. 이들이 출근했던 곳은 서울 강남 역삼동 팁스타운. 팁스타운은 창업기업, 벤처캐피탈 등이 입주한 창업보육공간으로 회의실, 업무 공간을 갖추고 있다. 창업기업(79개)과 투자기관(15개) 등이 몰려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중기부가 공무원의 기업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벤처·창업기업 현장 행정’을 시범 운영 중이다. 공무원을 기업 현장에서 근무하게 하면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공감이 있어야 살아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권칠승 장관표’ 현장 행정 모델 중 하나다.

우선 창업벤처혁신실 소속의 4·5급 이하 실무 공무원 3명이 같은 조를 이뤄 2개 조가 다녀왔다. 정책을 입안하는 초기부터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하려고 실무자를 보낸 것이다. 파견 공무원의 근무는 사무실로 출근하던 때와 사뭇 다르다. 찾아가는 상담, 현장 방문, 식사·티타임을 이어가면서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했다. 체험보고서 작성 등 형식적인 행정 절차는 애초부터 최소화하고, 오직 기업과 소통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대신 현장 근무에서 느낀 창의적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돌아오고서 부처 직원들과 공유만 하면 된다.

공무원들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기업으로 출근하면서 공직사회에서는 접하지 못한 값진 문화를 경험했다. 먼저 회의나 전화 통화·보고 등은 오전 10~12시와 오후 2~4시에 이뤄지고 나머지 시간은 사원의 자율에 맡기는 ‘코어 타임제’가 생소했다. 나머지 시간은 직원 스스로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게 부럽기도 했다. 하향식 지시·상향식 보고가 일상인 공무원 조직과 달리, 직원들이 각자의 성과물을 공유 게시판에 올려놓으면 팀장이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 의사결정하는 체계도 배울 게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기업이 가려워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송 사무관은 지난달 27일 “사무실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기업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특히 창업기업들이 전문 인력난에 허덕이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AI(인공지능) 인력양성·창업사관학교 정책 담당자인 송 사무관은 “프로그래머들이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벤처·창업기업들은 초보 AI 전문가를 채용하는데도 연봉 5000만~6000만원을 줘야 하는데 놀랐다”며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을 확대하고 39세로 한정한 교육 대상자를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다듬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벤처·창업기업들의 반응도 좋았다. 새로운 형태의 중고차 거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송선규 에스에이치엔 대표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기업이 원하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며 “기업과 정부가 서로 이해할 좋은 기회인 만큼 정기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운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 프로그램을 3월까지 운영해보고 창업벤처혁신실 외의 부서로 확대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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