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 주가부양용 자사주 취득 잇따라

코스닥 기업들, 주가부양용 자사주 취득 잇따라

입력 2014-06-26 00:00
수정 2014-06-2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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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자 주가 부양을 위해 증권사나 은행과 신탁계약을 맺고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코스닥 상장사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애초 공시 내용과 달리 자기주식 신탁 계약을 중도 해지하거나 자기주식 매입에 따른 주가 상승이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도 많아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가 증권사 및 은행과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건수는 이달 들어서만 모두 27건이다.

이들 기업이 공시에서 밝힌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 목적은 모두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다. 평균 계약금액은 회사당 약 14억7천만원이다.

상장기업들이 자기주식를 취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회사가 직접 사고팔 수도 있고, 증권사나 은행과 신탁계약을 맺어 자기주식 거래를 대행시킬 수도 있다. 기업이 직접 자기주식을 매입하면 취득 후 6개월간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없지만, 신탁계약을 통해 매입하면 취득 후 1개월 후부터 처분이 가능하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상장사가 자기주식 취득을 통해 주가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읽힌다.

실제로 지난 23일 코리아나화장품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신한은행과 3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코리아나의 주가는 23일 1천620원에서 전날 1천780원으로 2거래일 만에 10% 가까이 급등했다.

심지어 신탁계약 연장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동화기업은 지난 24일 “오는 7월 1일 만기 예정인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에 대한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날 동화기업의 주가는 2만5천75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전일보다 6.84% 오른 2만5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이 반드시 계약금액만큼의 자기주식 취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무조건적인 호재가 될 수는 없다.

가령 레드캡투어는 지난 11일 임직원 상여금 지급을 위해 신한은행과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중도해지했다. 해당 계약은 레드캡투어가 주가 안정을 위해 작년 7월에 연장 체결한 것이었다.

앞서 비엠티와 에쎈테크도 자기주식을 매각해 유통 물량을 늘리기 위해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중도해지했다.

주가 상승효과가 길게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조이맥스는 지난 20일 하나은행과 30억원 규모로 신탁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23일 주가가 4.40% 올랐지만 다음날 바로 하락 전환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견조함에도 주가가 저평가됐을 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게 정상적이지만, 악용될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는 기업이 (펀더멘털 측면에서) 주가가 오를 요인이 없음에도 주가 하락을 일시적으로 막거나 능력이 부족한 경영진이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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