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오장풍과 폭탄세대/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오장풍과 폭탄세대/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0-07-19 00:00
수정 201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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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노래’에는 사제(師弟) 관계를 함축 표현한 노랫말이 담겨 있다. “수레의 두 바퀴를 부모라 치면, 이끌어 주시는 분 우리 선생님….” 예로부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했다. 임금과 스승과 부모에겐 충·예·효(忠禮孝)를 다하는 게 기본 도리였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달라졌어도 스승과 제자 사이의 근본은 유효하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사랑을 먹고 자라며, 선생님은 제자들의 존경을 받으며 고난을 잊는다.

우리 역사에서 대표적 사제관계는 과거시험관과 급제자들이다. 고려시대에 시험을 출제하고 채점하는 학자들을 지공거(知貢擧)라 했고, 급제자들은 지공거를 은문(恩門)·좌주(座主)라 부르며 평생 스승으로 모셔 문하생으로서 예의를 다했다. 지공거와 문생은 부모·자식 관계나 다름없었고 장인·사위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헬렌 켈러(1880~1968)와 그를 세계적 인재로 키워낸 설리번 선생님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어린 헬렌에게서 꽃 한 송이를 받은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의 손바닥에 ‘사랑합니다.’라고 썼다. 이렇게 헬렌의 가슴에 사랑을 심어주고, 용기와 희망을 채워줌으로써 성공의 길로 이끈 일화는 참으로 눈물겹다.

요즘 신문을 장식하는 교실의 현실은 참담하다. 전통적 사제관계를 들먹이는 자체가 머쓱하다. 서울 어느 초등학교의 오모 교사는 ‘오장풍’으로 통한단다. 학생들을 때리면 바람에 쓰러지듯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서울의 어느 고교에서는 교사가 혁대를 안 한 학생을 권투하듯 얼굴을 마구 때렸다고 한다. 동영상이 없었다면 교사의 폭행이 그냥 묻힐 뻔했다. 이뿐만인가. 제주의 어느 중학교에서는 교장이 여학생에게 훈계하면서 성희롱 발언을 해서 말썽이다. 교육자의 탈을 쓴 자들의 폭행·폭언이 요지경이다.

학생들도 만만치 않다. 초등 5년생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 벨소리를 울렸다가 교사에게 전화를 빼앗기자 의자로 교사를 폭행했다고 한다. 어느 여교사는 손을 잡고 등교하는 남녀 중학생의 관계를 캐물었다가 남학생에게 발차기 세례를 받았단다. 초등학교 여교사들은 폭행이 두려워 5~6학년 담임을 꺼리기도 한단다. 오죽하면 요즘 초·중학생들을 ‘폭탄세대’라고 부르는 말까지 생겼을까.

교사의 과도한 체벌과 학생의 폭력적 반항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사도(師道)와 학도(學道)가 무너지는 학교가 무섭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7-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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