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헌 사회부 기자](https://img.seoul.co.kr/img/upload/2010/07/22/SSI_201007220304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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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 사회부 기자
“외국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곧잘 인사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탓인지 너무 무뚝뚝해서 외국인을 만나도 잘 웃지도 않고….” 교과부 영어교육강화팀 관계자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의 생각 속에는 모든 것이 서구식으로 획일화된 ‘일률적인 예절관’만 가득찬 것 같았다. 문화적 정체성이나 ‘우리 것’의 진면목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활짝 웃으며 ‘헬로~’라고 해야 할 판이다. 아니면 밑도 끝도 없이 ‘헤헤~’ 웃어보여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친절해서 나쁠 건 없다. 그러나 국민을 줄 세워 외국인에게 친절을 강요할 만큼 우리가 불친절한 국민일까.
정부는 G20 회의를 계기로 국격을 한 단계 향상시키기로 하고, 서울시와 교과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에 갖가지 행정 조치들을 지시했다. 이 중에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침을 뱉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불편하거나 감추고 싶은 모습을 깡그리 감추고, 연출된 아름다움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말 올 11월에는 어린 학생들에게 때때옷 입혀 광화문 광장에 늘여 세우고 손이라도 흔들게 하는 건 아닌지, 참 난감하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그들, 외국 정상들이 바라는 건 가장 한국적인 모습일 텐데도 여전히 우리의 일상적 관습과 습속마저 후진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관료들의 경직된 문화관과, 우리 것에 대한 몰이해가 아쉬워도 너무 아쉬웠다.
goseoul@seoul.co.kr
2010-07-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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