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우주택시/이춘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우주택시/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12-11 00:00
수정 2010-12-1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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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와 토끼가 산다는 달의 전설은 옛 소련이 1957년 10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을 때 끄떡도 없었다. 1961년 4월 12일 인류 최초의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가 1시간 29분 만에 지구의 상공을 일주했을 때도 달과 우주는 여전히 신비로운 존재였다. 가가린이 남긴 “지구는 푸르다.”라는 말도 신비로 남았다. 우주는 미지의 세계였다.

달과 우주의 신비는 미국의 아폴로 11호에 의해 벗겨지는 듯했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에서 미국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는 장면이 전세계에 TV로 생중계되면서 계수나무와 토끼의 전설은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미국이 소련에 구겨진 우주개발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당시로서는 불가능했던 일을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달의 전설은 조작 논란으로 인해 명맥만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달과 우주는 속속 인간에게 개방됐다.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 속에 우주정거장까지 설치됐다. 우주왕복선이 수시로 우주를 오갔다. 하지만 소련 붕괴 뒤 러시아가 재정난에 처하며 우주사업이 민간자본에 접수됐다. 미국 사업가 데니스 티토는 2001년 2000만 달러에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를 이용한 우주 관광객 1호가 됐다. 그후 러시아는 지난해까지 거액을 받고 우주관광객 7명을 실어 날랐다. 2005년엔 일본서 우주여행 상품이 3년 뒤 대중화될 것이라고 했지만 주춤하고 있다.

그러다 미국 보잉사가 수십억원 안팎의 탑승료를 받고 2015년쯤 ‘우주 택시’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지난 8월 밝혔다. 미국의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테크놀로지스(스페이스X)사는 지난 8일 자체개발 민간 우주선의 지구 궤도 진입·귀환 시험을 민간회사로는 처음 성공했다. 스페이스X사는 아울러 내년 여름까지 두 차례 더 시험 발사를 한 뒤 우주왕복 여행 사업을 하겠다는 의욕을 비치며 민간의 우주여행이 또 화제다.

현재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영국의 버진갤럭틱, 캐나다 드림스페이스그룹 등 전세계 수십개 민간 우주기업들이 우주 택시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재정난 때문에 우주개발 경쟁을 주춤거리자 민간이 나선 것이다. 우주호텔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우주 택시는 2009년 이후 말만 요란하다. 상용화 시기는 예산상·군사상 제약 때문에 기약 없는 상태다. 우주 택시를 이용한 우주여행 대중화 꿈은 요원한가.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12-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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