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한글 없는 주미대사 명함/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오늘의 눈] 한글 없는 주미대사 명함/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12-03-21 00:00
수정 201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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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워싱턴특파원
김상연 워싱턴특파원
지난 14일 최영진 신임 주미대사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최 대사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주머니에 넣었는데, 주말에 명함 정리를 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최 대사의 명함에 한글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쪽 면엔 영어로 돼 있고 한글이 있어야 할 다른 면엔 ‘駐 美國 大韓民國 大使館 大使 崔英鎭’이라고 박혀 있었다.

명함 모퉁이 팩스번호 앞에 ‘팩스’라고 적힌 게 유일한 한글이었다. 팩스라는 말은 한자로 쓸 수 없으니 부득이 한글로 한 모양이었다. 심지어 전화번호 앞에도 ‘電話’라는 한자가 적혀 있었다.

국내에서는 한자가 국어의 일부분일 수 있지만, 외국에 나오면 중국어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한국어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외국인이 최 대사의 명함을 받으면 한국은 고유의 문자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실제 그동안 받은 명함들을 ‘조사’해 보니 영어와 한자만 써 있는 건 중국인들 명함밖에 없었다. 하물며 한국 관련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미국인들 명함도 한글로 돼 있다.

미국에서 실감하는 것은 중국이 드리우는 그늘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설날(음력 설)을 미국인들은 “중국식 새해”(Chinese New Year)라고 부른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미국인들이 내게 친근감을 표시하려고 던지는 인사는 대부분 “중국인이세요?”이다. 어떤 이는 그런 확인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대뜸 “니하오!”라고 한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앞두고 백악관 뒤 영빈관에서 열린 한·미 우호행사에 한 미국인 중년 여성이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온 걸 본 적도 있다. 이러니 미국에서 보는 한글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독도처럼 소중하고 애틋한 존재다.

미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주미대사가 한글 없는 명함을 돌리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carlos@seoul.co.kr

2012-03-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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