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관피아 척결, 그 이후를 준비하자/장은석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관피아 척결, 그 이후를 준비하자/장은석 경제부 기자

입력 2014-05-29 00:00
수정 2014-05-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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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겠고 발표했다. 퇴직 관료들과 공공기관 및 협회 등의 고질적인 유착 관계를 뿌리뽑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지만 벌써부터 관피아 척결 이후에 있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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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석 경제부 기자
장은석 경제부 기자
정부는 고위 공무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기준을 소속 부서 업무에서 소속 기관 업무로 확대하고 취업 제한 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려 한다. 안전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 등의 업무와 관련 있는 공직유관단체 기관장 및 감사직에 공무원의 재취업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및 협회에 대한 분류작업도 진행 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길이 사실상 막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관피아 척결 이후에 대한 고민은 깊다. 당장 관피아를 대체할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공공기관, 협회 등의 임원 자리를 ‘정피아’(정치인+마피아)나 ‘교피아’(교수+마피아) 등이 차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능력보다 인맥으로 임명된다는 문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사실 공공기관이나 협회가 인재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지금 같은 공모제를 유지한다면 알음알음 인재를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현 공모제는 우리가 이렇게 좋은 자리를 공모하니 인재가 있다면 알아서 찾아오라는 일방적 공지에 불과하다.

민간기업이라면 인재를 찾아 사방을 살핀다. 스카우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공공기관이나 작은 규모의 협회라면 정보력과 비용 면에서 민간 대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인재 영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2000년부터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DB)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안전행정부가 관리하는 국가인재DB에는 5급 이상 국가공무원 4만 2849명 외에도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대학 조교수 이상, 박사학위 소지자 등 19만 4537명의 비(非)공무원 인재 정보가 담겨 있다.

그간 국가인재DB에 등재된 인재를 공공기관 임원 후보로 추천하기는 했지만 지난 14년간 1577건(연평균 112건)에 불과할 정도로 활용도는 높지 않았다.

현재 공석이거나 올해 안에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의 기관장 자리만 10개가 넘는다. 정부는 국가인재DB를 확충하고,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의 임원추천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전문성 있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관피아 척결 이후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esjang@seoul.co.kr
2014-05-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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