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비판에도 금도가 있다/장형우 체육부 기자

[오늘의 눈] 비판에도 금도가 있다/장형우 체육부 기자

입력 2014-07-08 00:00
수정 2014-07-0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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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 출장을 간 사이 국내에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사의를 표명했던 국무총리가 후임 지명자가 둘이나 연달아 낙마하는 바람에 유임됐다. 사표가 무려 60일 만에 반려되다 보니 새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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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우 체육부 기자
장형우 체육부 기자
월드컵 2연속 16강 진출의 꿈이 산산조각난 뒤 한국축구에서도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대표팀 감독이 유임됐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대회가 끝난 뒤에도 임기를 이어가는 사령탑은 홍명보 감독이 처음이다. 그러나 브라질에서 ‘홍명보호’가 워낙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서 그런지 대한축구협회와 홍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의 비판은 모두 경청해야 할 대목이 있다. 4년 동안 3명의 감독을 경질하며 월드컵을 준비하게 만든 협회의 근시안적 행태, 스스로 천명한 선수 선발 원칙을 뒤엎은 홍 감독에 대한 비판은 모두 정당하다. 준비 부족과 이에 따른 전술 실패, 비난 여론을 서둘러 무마하기 위해 깊은 반성과 성찰 없이 감독 유임을 발표한 협회의 행보 또한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7일 불거진 홍 감독의 땅 계약 건에 쏟아진 비난은 금도를 벗어났다. 엄연한 사인끼리의 토지 거래인데 ‘시기가 마땅치 않았다’고 화살을 날리는 건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월드컵을 준비하던 기간에 홍 감독이 가족이 살 집 지을 땅을 보러 다니고, 또 훈련이 있던 날에 잔금을 치렀다고 한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 이미 땅값이 오를 만큼 오른 지역이라 투기로 보이지도 않는다.

차라리 미프로축구 LA갤럭시에서의 선수생활로 영주권이 있는 홍 감독이 미국 땅을 보러 다녔다면 비난의 여지가 있겠다. 국부 유출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되레 미국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만만찮다.

월드컵 실패로 사람이 아무리 못나 보여도 비판해야 할 부분과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따로 있다. 축구대표팀 감독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도 아니다.

축구협회와 홍 감독이 그렇게 미운가.

협회는 국민적 관심과 사랑 위에 서 있지만, 국고 지원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국회나 감사원 등 국가기관의 감사나 조사를 받지 않는다. 운영 자금 대부분이 스폰서십에서 들어온다. 고자세로 일관하는 이유가 되는지 모른다. 따라서 협회를 가장 직접적, 효과적으로 압박할 방법은 바로 협회와 스폰서 계약을 맺은 업체들의 제품을 불매하는 것이다.

화가 잔뜩 난 축구팬들에게 협회와 홍 감독의 진정한 변화를 견인할 방법은 불매운동이란 것을 알려주고 싶어질 정도다.

zangzak@seoul.co.kr
2014-07-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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