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연중기획기사로 싣고 있는 ‘점프코리아 2010’ 중 ‘아이 낳고 싶은 나라’는 최근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사회에 어젠다를 던진다는 측면에서 매우 좋은 기획기사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읽고 있는 기획 시리즈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기획기사와 관련하여 설문조사를 토대로 출산율 저하, 출산기피 등의 사회적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한 1월28일자 기사(자녀 낳지 않는 이유 설문)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필립 메이어는 1967년 여름 디트로이트 폭동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회과학적 조사방법을 사용하여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에 기사를 썼고, 미국의 언론학자 에버레트 데니스가 이와 같이 신문에서 여론조사 자료 등 과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쓰는 방법을 ‘정밀 저널리즘(precision journalism)‘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우리 언론에서도 90년대 중반 이후 기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표방하며 여론조사에 기초한 기사쓰기 방식을 선거보도와 정치 관련 보도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방식의 언론보도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거와이저, 위트와 같은 미국의 여론조사보도 전문가들은 수치를 사용하여 쓴 기사는 자칫 잘못하면 객관적 자료에 대한 독자들의 믿음 때문에 도리어 남용되거나 오용될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점프코리아 2010 아이 낳고 싶은 나라(6) 자녀 낳지 않는 이유 설문 편’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우선 여론조사는 누가 실시하였고, 누가 스폰서가 되었는지는 그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와 관련하여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28일자 기사에서는 한 결혼정보회사와 공동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고 했다. 독자로서 질문이 생긴다. 왜 결혼정보회사와 공동조사를 하였을까? 특정 결혼정보회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을 법한 이 조사는 그래서 기사가 갖는 무게가 감소되는 느낌이 든다.
그 다음으로 설문조사 대상에 대한 궁금증이다. 기사에는 성인남녀 275명(남성 126명, 여성 149명)이 조사에 참여하였다고 했다. 그럼 결혼정보회사에 등록된 사람들 중에 조사 대상이 선정되었다면 이들은 모두 미혼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특정 결혼정보회사에 등록이 되었거나 또는 이들이 접촉 가능한 대상을 중심으로 응답자가 선정되었다면 그 집단의 특수성이 분명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또한 설문조사의 응답자가 되어 본 경우가 있는 사람이라면 주어진 보기에는 나에게 해당하는 응답항목이 없어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질문에 대한 응답항목이 포괄적으로 되어 있지 않아 보이는 경우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마지막 두 질문으로 제시된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과 ‘출산과 자녀계획에 대한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에 대한 응답항목이다.
그날의 관련기사에서 전문가들 제언을 통해 ‘여성=보육’이라는 문화적 체질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외국의 경우 남녀평등의 사회분위기가 출산율을 높인 일등공신이었다는 분석에 나는 100% 공감한다. 그런데 위의 두 질문에 대한 답변 항목 어디에도 ‘보육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적으로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저출산의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지 않았다. 혹시나 많은 여성응답자들이 이러한 응답항목이 제시되었다면 그것을 고르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론조사보도는 얼핏 보기에는 객관성을 띠고 있고 보다 과학적이며 그래서 더욱 신뢰할 만한 기사로 보이나 바로 그러한 이유가 그 어떤 형태의 기사보다도 더 신중하게, 더 전문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의 근거가 된다.
박동숙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 교수
필립 메이어는 1967년 여름 디트로이트 폭동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회과학적 조사방법을 사용하여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에 기사를 썼고, 미국의 언론학자 에버레트 데니스가 이와 같이 신문에서 여론조사 자료 등 과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쓰는 방법을 ‘정밀 저널리즘(precision journalism)‘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우리 언론에서도 90년대 중반 이후 기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표방하며 여론조사에 기초한 기사쓰기 방식을 선거보도와 정치 관련 보도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방식의 언론보도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거와이저, 위트와 같은 미국의 여론조사보도 전문가들은 수치를 사용하여 쓴 기사는 자칫 잘못하면 객관적 자료에 대한 독자들의 믿음 때문에 도리어 남용되거나 오용될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점프코리아 2010 아이 낳고 싶은 나라(6) 자녀 낳지 않는 이유 설문 편’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우선 여론조사는 누가 실시하였고, 누가 스폰서가 되었는지는 그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와 관련하여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28일자 기사에서는 한 결혼정보회사와 공동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고 했다. 독자로서 질문이 생긴다. 왜 결혼정보회사와 공동조사를 하였을까? 특정 결혼정보회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을 법한 이 조사는 그래서 기사가 갖는 무게가 감소되는 느낌이 든다.
그 다음으로 설문조사 대상에 대한 궁금증이다. 기사에는 성인남녀 275명(남성 126명, 여성 149명)이 조사에 참여하였다고 했다. 그럼 결혼정보회사에 등록된 사람들 중에 조사 대상이 선정되었다면 이들은 모두 미혼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특정 결혼정보회사에 등록이 되었거나 또는 이들이 접촉 가능한 대상을 중심으로 응답자가 선정되었다면 그 집단의 특수성이 분명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또한 설문조사의 응답자가 되어 본 경우가 있는 사람이라면 주어진 보기에는 나에게 해당하는 응답항목이 없어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질문에 대한 응답항목이 포괄적으로 되어 있지 않아 보이는 경우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마지막 두 질문으로 제시된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과 ‘출산과 자녀계획에 대한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에 대한 응답항목이다.
그날의 관련기사에서 전문가들 제언을 통해 ‘여성=보육’이라는 문화적 체질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외국의 경우 남녀평등의 사회분위기가 출산율을 높인 일등공신이었다는 분석에 나는 100% 공감한다. 그런데 위의 두 질문에 대한 답변 항목 어디에도 ‘보육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적으로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저출산의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지 않았다. 혹시나 많은 여성응답자들이 이러한 응답항목이 제시되었다면 그것을 고르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론조사보도는 얼핏 보기에는 객관성을 띠고 있고 보다 과학적이며 그래서 더욱 신뢰할 만한 기사로 보이나 바로 그러한 이유가 그 어떤 형태의 기사보다도 더 신중하게, 더 전문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의 근거가 된다.
2010-02-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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