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갖고 기업을 이끌던 경영자를 하루아침에 자리에서 끌어내린다는 건 엄청난 리스크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런 일은 실제로 벌어진다. 창업주 일가가 모녀, 형제로 나뉘어 갈등을 빚다 봉합에 나선 ‘한미약품’과 4남매가 7년간 분쟁을 이어 오다 동생에서 언니로 수장이 바뀐 ‘아워홈’ 등이 그렇다.
둘 다 업계에서 존재감이 큰 기업들이다. 한미약품은 적자를 내면서도 연구개발(R&D)에 몰두해 온 ‘개량 신약의 명가’로 거듭났다. 아워홈은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R&D와 해외 사업에 나섰다.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분쟁의 화근이 됐다. 목숨 걸고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할 일을 벌이며 이어 간 분쟁의 여파로 두 기업 모두 불확실한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한미약품의 경우 고 임성기 창업주의 고향 후배인 신동국(74) 한양정밀 회장이 지주사(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수하기로 하면서 경영권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진 구성은 모호한 상황이다.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52) 이사가 신 회장과 공동 입장이라며 형제의 경영 참여를 언급했지만 신 회장은 세부적으로 상의한 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아워홈의 경우 지난해 최대 실적을 만든 창업주의 셋째 딸 구지은(57)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축출당하고 장녀 구미현(64) 신임 회장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취임하면서 경영권 매각을 말한 지 불과 이틀 만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영권 매각이 대주주 일가의 우선 매수권과 이사회 승인 등에 발목 잡힐 수 있어 지분 현금화가 더 쉬운 IPO로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을 이끌어 온 인재들이 이미 대거 회사를 떠났고, 아워홈은 구 부회장 시절 추진한 푸드테크 관련 사업이 재검토에 들어가며 멈춰 서고 말았다.
경영권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다. 이사회나 주주총회는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사업을 끌어나갈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설득하고 동력을 만들지는 전적으로 경영권을 가진 리더의 몫이다.
분쟁으로 경영권이 흔들리는 동안 회사 구성원들은 어떻게 되는가? 아무리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프로의식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영권 분쟁은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쉽다. 롯데가 그렇다. 재계에선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보낸 ‘잃어버린 5년’이 그룹의 위상을 떨어뜨린 원인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롯데는 이커머스 사업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는데, 신사업은 여전히 성과가 미진한 상황이다.
물론 어떤 경영자든 기로에 선 순간 최적의 의사결정을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업과 경영환경은 늘 기업의 편이 아니다. 기민하게 불확실성을 줄여 가기도 바쁘다. 기업 성과에 생계가 달린 많은 구성원을 생각한다면 경영권을 쥔 이에겐 더이상 막장 드라마에 빠질 시간이 없다.
박은서 산업부 기자
둘 다 업계에서 존재감이 큰 기업들이다. 한미약품은 적자를 내면서도 연구개발(R&D)에 몰두해 온 ‘개량 신약의 명가’로 거듭났다. 아워홈은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R&D와 해외 사업에 나섰다.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분쟁의 화근이 됐다. 목숨 걸고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할 일을 벌이며 이어 간 분쟁의 여파로 두 기업 모두 불확실한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한미약품의 경우 고 임성기 창업주의 고향 후배인 신동국(74) 한양정밀 회장이 지주사(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수하기로 하면서 경영권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진 구성은 모호한 상황이다.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52) 이사가 신 회장과 공동 입장이라며 형제의 경영 참여를 언급했지만 신 회장은 세부적으로 상의한 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아워홈의 경우 지난해 최대 실적을 만든 창업주의 셋째 딸 구지은(57)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축출당하고 장녀 구미현(64) 신임 회장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취임하면서 경영권 매각을 말한 지 불과 이틀 만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영권 매각이 대주주 일가의 우선 매수권과 이사회 승인 등에 발목 잡힐 수 있어 지분 현금화가 더 쉬운 IPO로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을 이끌어 온 인재들이 이미 대거 회사를 떠났고, 아워홈은 구 부회장 시절 추진한 푸드테크 관련 사업이 재검토에 들어가며 멈춰 서고 말았다.
경영권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다. 이사회나 주주총회는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사업을 끌어나갈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설득하고 동력을 만들지는 전적으로 경영권을 가진 리더의 몫이다.
분쟁으로 경영권이 흔들리는 동안 회사 구성원들은 어떻게 되는가? 아무리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프로의식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영권 분쟁은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쉽다. 롯데가 그렇다. 재계에선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보낸 ‘잃어버린 5년’이 그룹의 위상을 떨어뜨린 원인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롯데는 이커머스 사업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는데, 신사업은 여전히 성과가 미진한 상황이다.
물론 어떤 경영자든 기로에 선 순간 최적의 의사결정을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업과 경영환경은 늘 기업의 편이 아니다. 기민하게 불확실성을 줄여 가기도 바쁘다. 기업 성과에 생계가 달린 많은 구성원을 생각한다면 경영권을 쥔 이에겐 더이상 막장 드라마에 빠질 시간이 없다.
박은서 산업부 기자
박은서 산업부 기자
2024-07-22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