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국 한국… 산업별 맞춤형 AI 육성해 새 시장 개척해야” [최광숙의 Inside]

“제조업 강국 한국… 산업별 맞춤형 AI 육성해 새 시장 개척해야” [최광숙의 Inside]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25-06-17 00:55
수정 2025-06-1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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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AI 투자 100조원’ 실행 전략은

美·中보다 하드·소프트웨어 부족
특화된 한국형 LLM 개발로 돌파
생산 공정에 AI 접목하면 새 기회
AI 생태계 이미 만든 대만 배워야
한국 과학 기술 발전 방안은

정부가 과학기술 비전 제시하고
중국처럼 과감하게 규제 없애야
무너진 창업 생태계 복원하려면
벤처기업 위한 정책 지원 늘려야
‘AI 기술’ 인재 육성 방안은

의대 광풍 탓에 이공계 기피 심화
대우 높여 우수 인재 유출 막아야
외국인 유학생 韓 기업 취업 유도
인재 확보·인구절벽 해소에 도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시대를 맞아 첨단기술 육성이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대통령실에 AI 수석을 뒀다. 최근 로봇공학자 출신인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 “AI 경쟁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늦지 않았다”면서 “강점인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별 응용 AI를 개발하면 AI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인문학적 소양까지 갖춰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벤처 생태계 조성, 첨단 분야 융복합형 인재 육성 방안 등에 대해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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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천문학적인 자본이 들어가는 거대언어모델(LLM) 대신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산업별 ‘한국형 LLM’을 만들어 AI 시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런 방식으로 제조업에 AI 기술을 적용하면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준석 전문기자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천문학적인 자본이 들어가는 거대언어모델(LLM) 대신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산업별 ‘한국형 LLM’을 만들어 AI 시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런 방식으로 제조업에 AI 기술을 적용하면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준석 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AI 투자 100조원’을 공약했다. AI 기술력이 앞선 미국, 중국 등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은.

“정부가 AI 분야 투자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AI 분야의 최고 개발자가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절대 부족한 상황이고 AI 분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약한 상태다. 오픈AI처럼 전 영역을 아우르고 천문학적인 자본이 들어가는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어 경쟁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승산이 없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한국형 LLM’을 만들자는 것이다. 거대 LLM을 한국에 맞게 특화된 주제별로 나누어 전략적으로 개발해 사용하면 희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중국에 비해 기술력과 자본력이 밀리지만 결코 늦지 않았다. 치열한 AI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라는 것은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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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 “의대 광풍으로 인한 이공계 기피 현상과 첨단 분야 전문 인력 유출로 과학기술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외국 유학생을 석·박사 과정까지 잘 교육해 한국 중소·중견기업에 취업시키면 인재 유출의 빈자리를 메우고 인구절벽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과기대 제공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 “의대 광풍으로 인한 이공계 기피 현상과 첨단 분야 전문 인력 유출로 과학기술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외국 유학생을 석·박사 과정까지 잘 교육해 한국 중소·중견기업에 취업시키면 인재 유출의 빈자리를 메우고 인구절벽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과기대 제공


●자동차·선박·반도체 제조공정 디지털화

-제조업 강국이 AI 경쟁력 확보에 왜 중요한가.

“제조업에 AI 기술을 적용하면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그 산업에 최적화된 AI 알고리즘, 즉 한국화된 AI 기반 기술을 개발하면 된다. 선박,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별로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제조 공정을 디지털화하면 제품 품질과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 산업별 맞춤형 AI를 육성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제조업에 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가 제조업에 필요한 맞춤형 AI를 육성하지 않으면 몇 년 내 중국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일부 기업은 생산 디지털화를 위한 맞춤형 AI 프로그램 개발을 중국 벤처기업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산업별 맞춤형 AI 기술을 개발하는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등 AI 산업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기업의 AI 도입 수준은.

“대기업은 AI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작은 기업들은 예산 등의 문제로 AI 활용을 통한 기술 개발·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나서 AI 기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창업 및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

-본격적인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최첨단 반도체가 필요한데.

“한국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AI 시대에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는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적 우위를 확장해 AI 반도체같이 데이터를 디바이스 내에서 계산·처리하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강화해 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만은 이 AI 시스템 생태계를 이미 완성했다. 우리와 달리 우수 인력들이 AI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너무도 크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걸림돌은.

“중국은 과감한 기업 지원과 함께 각종 규제를 푼 반면 우리는 여러 유형의 규제로 인해 혁신적이고 과감한 기술개발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도로 데이터 수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전략적인 가치가 무궁무진한 드론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지형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종국에는 데이터 기반 기술 프로그램을 외국에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술 종속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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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사진 왼쪽에서 여섯번째)은 지난 4월 카자흐스탄 코르큿 아타 크즐오르다 대학교를 방문해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교육 및 과학기술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과기대 제공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사진 왼쪽에서 여섯번째)은 지난 4월 카자흐스탄 코르큿 아타 크즐오르다 대학교를 방문해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교육 및 과학기술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과기대 제공


●희생하는 기존 산업, 정부가 설득해야

-정부가 규제를 둘러싼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산업의 기득권층을 설득하지 못하면 기존 산업도 망하고 새로운 산업도 발을 붙일 수 없다. 산업구조를 바꾸다 보면 희생하는 산업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을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 덴마크의 경우 저성과자 해고 시 정부가 근로자 소득의 90%를 최대 1년 반 보장하고 직업훈련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고용 유연화를 정착시켰다. 변화하지 않으면 모두 사멸된다고 설득해 규제 및 고용 유연성 문제를 풀어야 한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를 꼽는다면.

“핵심은 인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대 광풍 등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이공계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앞으로 10년 안에 이공계 인력 부족으로 인한 대위기가 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5000만 인구에 맞춰진 산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10년 내에 닥칠 인구절벽 문제는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오히려 해외로 인재가 유출되고 있다.

“반도체나 AI 등의 우수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우수 인재에 대한 확실한 처우로 유출을 막아야 한다. 외국인 고급 전문인력 유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20년 점프 전략’을 제안한다. 정부의 출산 장려정책으로는 다가올 인구절벽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 스무 살의 우수 외국 학생을 한국에 유치해 이들을 한국 대학에서 잘 가르친 뒤 중소·중견기업에 취업시키면 인재 유출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공부한 외국인 유학생의 70~80%가 취업비자 발급 조건이 까다로워 본국이나 다른 나라로 간다는 점이다.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잘 교육시킨 외국인 인재들을 대만, 일본 등에 빼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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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공학자 출신의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최대 걸림돌은 혁신적이고 과감한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라며 “과도한 규제로 AI기술 발전의 관건인 각종 데이터 수집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외국 데이터 기반 기술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준석 전문기자
로봇 공학자 출신의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최대 걸림돌은 혁신적이고 과감한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라며 “과도한 규제로 AI기술 발전의 관건인 각종 데이터 수집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외국 데이터 기반 기술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준석 전문기자


●창업하려는 청년에 미래 희망 보여줘야

-창업 열기도 사라졌다.

“김대중 정부 때 벤처 활성화로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창업에 나섰는데 그동안 이런 역동성이 거의 사라졌다. 정부의 장기적인 과학기술 로드맵이 부족하고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에만 이공계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문제 아닌가.

“산업 생태계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기업 협력기업인 이들 기업이 성장해 좋은 부품을 개발해야 대기업이 이를 시스템화하고 상품 가치를 올리는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는데, 지금 이 생태계가 무너진 상태다.”

-중소·중견기업은 심각한 인재난을 겪고 있다.

“기술 벤처기업인 경우 대기업과의 임금 차액을 정부가 매칭해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대신 국가가 벤처기업의 일정 지분을 확보하면 벤처기업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 공대 졸업생의 꿈이 창업기업에 가서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는 직업 안정성을 위해 대기업 및 공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안타깝다.”

-전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했다.

“기초연구가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 예산 삭감도 문제지만 연구자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한 우물을 깊게 팔 수 있도록 하는 연구환경이 필요하다. 연구과제의 경우 대부분 정량적 지표로 평가하기 때문에 ‘연구를 위한 연구’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연구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연구 실패도 용인하도록 평가 지표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기업 동향 파악해 필요한 인재 육성

-서울과기대는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2025년 신입생부터 AI 교과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계열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AI 교육체계를 구축했다. 스마트 로봇·차세대 반도체 등 6개 특화 산업 부문에서 산학협의체를 구성해 응용연구를 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인재를 육성하는 전략을 대학의 발전전략으로 수립해 교육시설과 연구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창업지원단을 통해 학생 및 교수 창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교육시킨다는 것인데.

“저는 동문 기업을 방문해 기업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등 산업계 동향을 살펴본다. 사회 변화에 맞춰 고도화된 기술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특히 과학기술 교육이 특화된 우리 대학의 강점을 살려 외국의 우수한 학생을 유치해 우리 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국내 첨단기업의 취업까지 지원하고 있다.”

-평소 AI 시대에 필요한 융복합형 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기술과 인문학이 만날 때 창의적인 인재가 나온다. 대학에서도 학문 간 융복합이 이뤄지도록 이공계와 비이공계 교수들이 공동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했다. 예를 들어 우리 대학 도예학과 교수와 기계시스템디자인학과 및 신소재학과 교수가 협업연구로 새로운 도자기 유약 및 표면처리 등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한 사례가 있다. 연구자들 간 협력과 교류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중요한 출발이다.”

■김동환 총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및 대학원 졸업 후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서울과기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2023년 12월 총장으로 취임했다. 산업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로봇 공학자 출신으로 행정력과 추진력을 겸비해 115년 역사의 서울과기대를 ‘창학’ 수준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AI 시대에 요구되는 첨단 분야 인재와 융복합형 창의력을 갖춘 인재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대한기계학회 회장을 지냈다.

최광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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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7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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