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몽유도원도/석철주
110×300㎝, 캔버스에 아크릴릭·먹
전통 산수를 재해석해 그리는 동양화가. 추계예대 명예교수
눈사람이 되기 위하여/정호승
눈 내리는 광야에
밥그릇을 내어놓는다
밥그릇에 흰 눈이 가득 담긴다
눈 내리는 광야에
눈사람을 세운다
눈사람 곁에 서서 평생 눈을 맞는다
눈사람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눈사람처럼 일생을 살기 위하여
슬며시
눈 내리는 광야에 내어놓은
밥그릇에 가득 담긴
함박눈을 먹는다
어린 시절 굴렁쇠를 굴린 적 있는지요. 굴렁쇠를 굴리면 동네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더 자라면 마음의 끝, 세계의 끝까지 갈 수 있지요. 굴렁쇠는 동그라미 하나입니다. 동그라미는 끝없이 이어지는 길, 평화의 상징이지요. 눈사람은 동그라미가 두 개입니다. 혼자서 가면 외로울지 모르니 두 동그라미가 함께 모여 가는 거지요. 눈사람은 밤새 눈을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그가 기다리는 이 누구인 줄 혹 아세요? 당신, 밥그릇에 담긴 함박눈을 먹으며 한 사흘쯤 눈사람 곁에 서 보세요. 눈사람이 누구를 기다리는지 당신에게 얘기해 줄지 모릅니다.
곽재구 시인
110×300㎝, 캔버스에 아크릴릭·먹
전통 산수를 재해석해 그리는 동양화가. 추계예대 명예교수
신몽유도원도/석철주
110×300㎝, 캔버스에 아크릴릭·먹
전통 산수를 재해석해 그리는 동양화가. 추계예대 명예교수
전통 산수를 재해석해 그리는 동양화가. 추계예대 명예교수
눈 내리는 광야에
밥그릇을 내어놓는다
밥그릇에 흰 눈이 가득 담긴다
눈 내리는 광야에
눈사람을 세운다
눈사람 곁에 서서 평생 눈을 맞는다
눈사람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눈사람처럼 일생을 살기 위하여
슬며시
눈 내리는 광야에 내어놓은
밥그릇에 가득 담긴
함박눈을 먹는다
어린 시절 굴렁쇠를 굴린 적 있는지요. 굴렁쇠를 굴리면 동네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더 자라면 마음의 끝, 세계의 끝까지 갈 수 있지요. 굴렁쇠는 동그라미 하나입니다. 동그라미는 끝없이 이어지는 길, 평화의 상징이지요. 눈사람은 동그라미가 두 개입니다. 혼자서 가면 외로울지 모르니 두 동그라미가 함께 모여 가는 거지요. 눈사람은 밤새 눈을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그가 기다리는 이 누구인 줄 혹 아세요? 당신, 밥그릇에 담긴 함박눈을 먹으며 한 사흘쯤 눈사람 곁에 서 보세요. 눈사람이 누구를 기다리는지 당신에게 얘기해 줄지 모릅니다.
곽재구 시인
2019-01-11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