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 절차적 해법 진지하게 고민하라

[사설] 세종시 절차적 해법 진지하게 고민하라

입력 2010-02-09 00:00
수정 2010-02-0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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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논란을 미궁으로부터 건져내기 위한 논의가 시작된 듯하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세종시 원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제시한 데 이어 정병국 사무총장이 국민투표가 세종시 해법으로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기독교계 원로들도 어제 세종시 국민투표 추진을 제의했다. 이른바 세종시 출구전략이 논의되기 시작한 양상이다.

찬반 양론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세종시의 앞날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세종시 논의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매듭지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중요한 시점에 다다랐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여권 내부의 국민투표론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접점 없는 공방만 이어가느니 차라리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 물어 향배를 결정짓는 것도 나라의 갈등 비용을 줄일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앞서 여권의 중도진영 의원들이 세종시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원 개개인의 소신에 맡기는 자유투표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좀 더 고민해야 할 대목은 과연 세종시 문제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느냐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11월 행정부처 이전을 위한 행정도시특별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헌법상 대통령제 권력구조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며, 따라서 국민투표권 침해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행정부처 이전은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인용하는 대목이다.

세종시법이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헌재 판단을 국민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세종시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에 대해 사회 각계의 보다 면밀하고 깊이 있는 법적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 같은 여권의 출구전략 논의가 정제되지 않은 채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여당 국회의원 몇몇이 그저 답답한 심정에 내뱉듯이 이런 식, 저런 식의 방안을 던진다면 세종시 문제는 더욱 혼란만 부를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세종시 논의의 절차에 대한 친이·친박 진영과 여야의 보다 진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2010-02-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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