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극상 경찰, 경찰대 존폐문제도 짚어보라

[사설] 하극상 경찰, 경찰대 존폐문제도 짚어보라

입력 2010-06-30 00:00
수정 2010-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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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서장이 직속 상관인 지방경찰청장에게 동반사퇴를 요구하는 사상 초유의 경찰 지휘부 항명사태는 언젠가는 터질 일이 발생한 것으로 인식된다. 유흥업소 유착, 부실수사, 허위보고, 가혹수사, 성과 포장을 위한 사건 쪼개기, 경찰대 출신과 비경찰대 출신 사이의 갈등 등 경찰을 둘러싼 추문은 어지러울 정도로 터지고 있다. 어느 부분의 환부를 도려내야 경찰이 온전하게 민중의 지팡이가 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경찰 자체의 개혁 방안은 웃음거리가 됐다.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서울경찰청장과 동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위험한 하극상이다. 조직 내 규율이 생명인 경찰에서 이러한 일은 경찰조직을 뿌리부터 뒤흔들게 된다. 특히 성과주의를 비판하며 하극상을 일으킨 강북경찰서장은 경찰청의 감찰 조사까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파문은 좀체로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점입가경이다. 자연스럽게 이번 파문도 툭하면 터지곤 하는 경찰대 출신의 돌출행동성 반발의 연장선으로 비친다. 하극상 차원을 넘어섰다.

이번 파문은 경찰 내부에 만연한 경찰대, 고시, 간부후보, 순경 등 출신에 따른 내부갈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곪아터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잠복해 있던 경찰대 비판론이 표면화되면서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하극상도 터졌다는 분석이 있다. 우수한 경찰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도입된 경찰대가 이제 경찰의 발목을 잡는 지경이 됐다. 이에 따라 경찰대를 계속 끌고가야 하는지 존폐론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상황이 심상찮다. 경찰대와 같은 해 출범했던 세무대학은 논란이 많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례가 있다.

경찰대와 비경찰대 간의 충돌이라는 갈등 구조는 고질적인 병폐다. 최근들어 경찰 내 직위가 올라갈수록 경찰대 출신이 많아지면서 인사 때마다 특혜론과 역차별론이 불거지고 있다. 비경찰대 승진할당제까지 얘기된다. 경찰대 존폐 문제를 포함한 경찰의 전면 쇄신 목소리가 범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경찰의 진정한 자기반성과 개혁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현 경찰 수뇌부가 조직을 담당할 수 있을지 불신도 극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인사 쇄신을 통해 국민 불신을 해소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2010-06-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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