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 볼모 교육실험 의전원으로 끝내야

[사설] 학생 볼모 교육실험 의전원으로 끝내야

입력 2010-07-03 00:00
수정 2010-07-0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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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학문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도입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그제 교육과학기술부가 의대와 의전원 중 하나를 대학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학제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발표가 있자마자 대학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의대체제로 복귀할 태세다.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는 대학들은 대부분이, 의전원으로 전환한 대학은 절반이 방향을 틀겠다고 한다. 2005년 첫 신입생을 뽑은 지 불과 6년 만에 폐기되는 정책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의전원은 추진단계부터 적지 않은 물의를 빚었었다. 교육기간 연장과 학비부담, 의료인력 고령화의 우려가 컸던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도입을 꺼렸고 지금도 12개 대학에선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는 형편이다. 정부가 각종 지원금의 당근과 규제의 칼을 들이대는 바람에 대학들이 마지못해 도입했지만 부작용만 눈덩이처럼 쌓여온 게 사실이다. 의전원을 염두에 둔 이공계 학부생들의 전공과목 태만과 이공계 대학원의 황폐화는 심각한 상황이고, 교육부도 그런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대학의 혼선과 의전원 재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예기간과 장치를 마련했다지만, 대학은 물론이고 의전원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재학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백년대계로서의 교육, 그것도 인명과 건강을 책임질 의료인력을 키우는 정책이라면 좀더 신중해야 했다. 빤히 보이는 현실의 걸림돌과 부작용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고 몰아대는 단선적 정책추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현재 추진 중인 다른 교육정책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해를 줄 소지가 있는 것이라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취임한 교육감들도 마찬가지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다는 신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학생을 볼모 삼은 어설픈 교육실험은 의전원의 실패로 끝나야 한다.
2010-07-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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