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ECD 선두권 기업저축률 경제활력 좀먹는다

[사설] OECD 선두권 기업저축률 경제활력 좀먹는다

입력 2014-02-12 00:00
수정 2014-02-1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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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0대 그룹들은 아직까지 올해 투자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 집행 실적 수준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3.9%의 경제성장 목표를 설정하고 규제 완화 등 투자환경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 방침을 고수하는 한 성장률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대기업들은 다음 달 확정된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고민이 많을 것이다. 기업 총수들의 재판 등 어려움은 있지만 보다 공격적인 기업가 정신을 기대한다.

기업이나 가계의 저축률 통계를 보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한마디로 기업들은 투자를 한다고는 하지만 돈이 넘쳐 저축률이 너무 높은 반면 개인들은 소득이 늘지 않아 저축할 여력이 없다. 우리나라 기업의 총저축률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듬해인 1998년에만 해도 9.1%로 개인저축률 18.6%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역전돼 기업저축률이 훨씬 높다. 가계저축률은 1990년대 초반 20%에 육박했으나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에 비해 기업저축률 순위는 2009년 2위, 2011년 4위를 기록하는 등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기업저축률은 1975년 7.4%에서 2011년 15.4%로 30여년 사이 두 배로 높아졌다. 기업과 개인의 저축률 격차는 소득 양극화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기업들은 투자 자금을 스스로 마련할 만큼 곳간이 두둑하다. 3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은 2007년 228조 3000억원에서 2012년 390조 1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은 옛말이 됐다. 은행들은 이젠 기업이 갑(甲)인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예금을 인출해 버리겠다고 윽박지르는 곳도 있다고 한다. 기업들이 규제 완화에 따른 잇속만 챙기면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가계소득은 1990년대 연평균 12.7% 증가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 6.1%로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정체된 셈이다. 반면 기업소득 증가율은 같은 기간 4.4%에서 25.2%로 뛰었다. 경제 성장으로 기업에서 창출된 소득이 가계 부문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면서 가계와 기업 간 불균형 성장이 지속되는 추세다. 가계는 소득이 늘지 않는데 1000조원의 부채 이자를 갚아야 하고,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부담금도 증가해 지갑이 텅 비었다.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자금 사정이 넉넉한 대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하는 길뿐이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내수도 활성화된다.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 저축률이 대폭 낮아져야 한다.
2014-02-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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