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권 추락에 직업 선택 후회하는 스승들

[사설] 교권 추락에 직업 선택 후회하는 스승들

입력 2016-01-03 20:58
수정 2016-01-0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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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수업 중인 교사를 때리고 침까지 뱉는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교권 추락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 준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런 참담한 교권 침해 사례는 숫자를 세기 어렵다. 어제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5년 교권침해 현황’에 따르면 5년간 교권 침해 건수는 2만 6111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폭행이 436건 포함돼 있다. 여교사에 대한 성희롱도 375건이나 된다. 수업 시간에 게임을 하다 휴대전화를 뺏기자 교사의 멱살을 잡은 중학생이 있는가 하면, 여교사의 치마 속을 몰카로 찍어 돌려 본 학생들까지 있었다. ‘군사부일체’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미 사어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매를 맞는 교사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바닥 수준이다. 한국 교사 5명 가운데 1명은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국 평균인 9.2%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우리나라의 15년차 국공립 교사 1년 급여는 5만 1594달러로 OECD 평균인 4만 1245달러보다 25%나 많다. 적지 않은 보수를 받고 정년도 보장받는 교사들이 자신의 직업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교권 침해가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교사들의 대응책은 마땅치 않다. 체벌이 사라진 데다 벌점까지 폐지되는 추세다. 교사가 문제 학생들을 통제할 실질적 권한이 사라지면서 ‘학교와 선생님은 나를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학생들의 일탈 행위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연말 교권 회복을 위해 마련한 ‘교권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교권 침해를 원천적으로 막는 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교권 침해 사건을 교장이 반드시 보고하도록 하고, ‘교원 치유 지원센터’ 운영 등을 담고 있을 뿐 교권 침해 예방책은 거의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관련 법 시행령이나 지침을 통해 학교와 교사들이 학생들을 어느 정도 선까지는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잘못을 했으면 엄하게 책임을 묻는 것도 교육이다. 그래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2016-01-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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