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 집단대출 억제, 부작용도 살피길

[사설] 아파트 집단대출 억제, 부작용도 살피길

입력 2016-11-25 17:54
수정 2016-11-2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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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3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아파트 집단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택 분양시장 활황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집단대출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댔다는 데 있다.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이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하는 아파트부터 잔금 대출에도 원금과 이자를 쪼개서 갚아 나가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가계부채는 올 9월 말 현재 1295조 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7조 5000억원이나 늘어 정상궤도를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저소득자와 저신용자들이 금리가 훨씬 높은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면서 부채 총량뿐 아니라 질까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동안 몇 차례 내놓은 가계부채 관련 대책은 번번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주택 공급물량을 줄여 가계부채 증가율을 억제한다는 내용의 8·25대책을 선보였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주택공급 축소로 가계대출을 잡자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가계부채가 더 늘고 가계소득이 줄어 부실만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올 상반기에도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9억원 이상 대출을 규제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경제정책과 입안자들이 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2014년 7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내수 활성화와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골자로 한 ‘초이노믹스’를 경제회생책으로 제시했지만 약효를 전혀 내지 못했다. 특히 청와대 경제참모인 안종범 수석은 경제대책은 뒷전인 채 대기업들로부터 돈 뜯어내는 심부름이나 하고 다녔으니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리 있었겠는가.

이번 대책으로 임박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주택공급 과잉에 따른 집값 폭락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분양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그나마 경제성장을 이끌던 건설경기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제2금융권에서조차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저소득층과 저신용자 등이 사금융으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는 점도 걱정이다.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세심하고도 꼼꼼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후유증 최소화에 주력하기 바란다.
2016-11-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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