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친서 든 이 총리 방일, 日 성의 보여야

[사설] 대통령 친서 든 이 총리 방일, 日 성의 보여야

입력 2019-10-20 23:24
수정 2019-10-21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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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국왕 즉위식에 참석하는 자신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보낼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는 것이 좋겠지요?’라고 이야기해서 ‘네, 써주십시오’라고 답했다”는 내용을 굳이 공개했고, 청와대 관계자도 “두 분 사이에 그런 대화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방미 중인 홍남기 부총리는 워싱턴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어 “대화에 의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 외교부, 산업부 등의 차원에서 물밑 접촉이 있다”고 소개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도 있다. 이는 결단이 필요한 문제로, 이 총리 방일이 논의의 진전을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아닌가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두 나라는 관계 개선의 마지막 모멘텀을 맞이하고 있다. 다음달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그대로 종료해 버린다면 한일 관계는 상당히 긴 시간 표류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 나아가 한미일 공조의 틀이 크게 손상당해 동북아에서의 힘의 균형 유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지금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들에게 화해를 위한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간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해 “한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해온 아베 총리의 체면도 세워 주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는 일정한 수준의 물밑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행 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비공개 대화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징용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으며, 한국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대책’을 문 대통령이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달은 국제회의의 계절이다. 태국에서는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가, 칠레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합의의 내용은 협상을 통해 조율하면 된다. 아베 총리는 내민 손에 화답해야 한다. 이 기회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19-10-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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