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장 후보들 ‘협치’보단 대여 투쟁하겠다니

[사설] 국회의장 후보들 ‘협치’보단 대여 투쟁하겠다니

입력 2022-05-17 20:46
수정 2022-05-18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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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의 국회의장 당적보유 금지 규정은 중립적 위치에서 여야 협치에 역점을 두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들은 대부분 협치는 고사하고 대여 투쟁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런 국회법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국회법의 국회의장 당적보유 금지 규정은 중립적 위치에서 여야 협치에 역점을 두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들은 대부분 협치는 고사하고 대여 투쟁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런 국회법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21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들이 잇따라 ‘대여 투쟁 선봉장’ 역할을 맡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이례적인 현상이어서 귀를 의심케 한다. 20여년 전부터 국회의장은 여당이나 야당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채 중립적 위치에서 여야 협치에 매진하는 게 관례였다. 이번 후보자들은 협치는커녕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하니 앞으로 국회를 편파적·당파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조정식 의원은 출마 회견에서 “윤석열 정권하에서 이제 민주당은 야당이 됐다”면서 “전시에는 그에 맞는 결기와 전략, 단일대오의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진표 의원도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국회가 신뢰를 되찾고, 그 중심이 민주당이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그래야만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고 선명성 경쟁에 가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안팎의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진영과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의 손을 내밀었는데 누가 국회의장이 돼도 그 손길을 뿌리칠 것이 분명해 보여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앞서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회기 쪼개기’ 같은 편법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합법적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켰는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되풀이되면서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은 더욱 커지지 않겠는가. 국회법을 개정해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규정을 재도입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인 2002년이다.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자들은 김 전 대통령의 협치에 대한 소신을 되새기며 생각을 고쳐 먹기 바란다.

2022-05-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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