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학원들 장삿속 차별 도구
교사 역량과 수업권 강화 뒤따라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수와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21년보다 각각 0.9%, 7.7% 준 반면 사교육비 총액은 10.8% 증가했다. 가구 소득수준별 사교육비 규모도 월소득 200만원 미만이 12만 4000원인데 비해 800만원 이상은 64만 8000원으로 5.2배 차이를 보였다. 그동안 정부에서 강조해 온 사교육비 대책이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특히 최근 3년간 수능과 6월 모의평가의 국어, 수학, 영어 과목에서 모두 22개의 킬러 문항이 있었다는 건 역대 교육부가 얼마나 안이하게 수능 관리를 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일로 정부의 직무유기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비 지출은 부의 대물림 고착화와 계층이동 저해, 소비 여력 축소로 인한 경기 악영향 등 국민적 재앙이나 다름없다. 세계 최저인 합계출산율도 사교육비가 중요한 원인이다. 킬러 문항을 금지하고 사교육 카르텔을 엄벌한다고 해서 다층구조의 교육 문제를 단박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에 이르는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를 최대한 공교육 시스템에서 흡수한다면 사교육 폐해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첫걸음이 변별력의 도구가 아니라 학원 장삿속 차별 도구로 악용된 킬러 문항 퇴출이다. 교사들의 수업권과 역량 강화를 통해 황폐해진 교실부터 정상화하는 일 또한 시급하다.
2023-06-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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