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대한민국 금융, 선도냐 도태냐/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In&Out] 대한민국 금융, 선도냐 도태냐/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입력 2018-05-10 23:06
수정 2018-05-1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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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지난 8일 구글은 사람의 목소리로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대신해 주는 ‘구글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복잡한 문장이 포함된 문맥의 흐름을 이해한 인공지능(AI)의 대화는 무서우리만큼 자연스러웠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머신러닝, 로봇,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각 분야의 변화가 상승작용을 하며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블록체인이라는 생소한 기술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것도 생생히 기억한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핵심적인 영역 중 하나가 바로 핀테크 산업이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어로 기술의 발전을 활용해 금융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모든 영역을 지칭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핀테크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실제로 금융 분야에서도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많은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 은행이 출범했고, 암호화폐로 수조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토스, 카카오페이와 같은 비금융권 간편송금 서비스는 월 송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온라인에서의 대출과 투자를 요체로 하는 P2P금융업도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 2년여 만에 누적 취급액이 2조원을 넘겼다. 해외송금업, 로보어드바이저, 크라우드펀딩, 결제, 보안 및 인증 등 다양한 부문의 핀테크 업체들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변화의 한켠에서 우수한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던 수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규제라는 벽에 좌절하고 있다. 미국의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영국의 크라우드큐브 등의 성공이 이미 시장의 수요를 증명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국내에서는 기업별로 7억원의 한도를 둔다. 투자한도는 수요자인 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할 유인을 크게 저하시켜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다.

P2P금융의 경우에도 일반 투자자에게 한 업체당 최대 2000만원(부동산 부문은 1000만원)의 투자한도를 적용한다. 이는 해외 사례나 국내 타 금융상품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강한 규제다. 한도 이상의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여러 업체로 분산돼 투자자가 되레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정부에서도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을 통해 국내 핀테크 산업 진흥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도 다양한 방식으로 협의를 진행해 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맞춰 개별 규제를 변화시켜 나가기에는 혁신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하루, 한 달을 예측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가 모든 변화에 대해 규제 방향성을 공부하고, 고민하고, 협의해서 시행하는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혁신적 시도를 허용하되 안전망 구비에 집중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최근 정부와 핀테크 업체들이 일원화된 ‘핫라인’ 창구로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최근 금융위원회 내에 지정된 CFO(Chief Fintech Officer)가 이런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기대한다. 2018년 대한민국 핀테크 산업은 성패를 결정짓는 기로에 서 있다. 미국, 유럽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금융 분야의 혁신은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핀테크 업체들은 국내에서 움트기 시작한 싹도 키워 보지 못할 판국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대한민국 금융, 선도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2018-05-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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