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근 변호사
이에 맞서 베를린은 5년 임대료 동결을, 뉴욕은 1.92%의 강력한 보유세로 집값과 임대차 안정화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세제의 기준인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시세 대비 68% 수준이며, 지역별·주택유형별 현실화율의 형평성 문제도 상존하고 있다. 공시가격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표준주택 수와 표준지를 더 늘려야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예산상의 한계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임대차 행정은 전형적인 지방정부의 행정이다.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는 소폭의 인구 증가나 주택 부족으로도 임대차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나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보스턴 등 미국의 대도시 정부는 임대차계약 갱신을 통한 퇴거 제한, 임대료 인상률 규제 등 임대차 안정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의 주택 임대차는 평균 10년이 넘고, 25%는 20년이 넘는다. 뉴욕도 전체 임대주택의 60% 이상이 임대차 안정화 법(RSCㆍRent Stabilization Code)의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주택 임대차 기간은 평균 3년 정도이고, 수천만원의 전세 가격 인상이 비일비재하다. 지방이 3~4% 오를 때 서울은 10~20% 오른다. 서울만이라도 계약갱신제도,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서울시장의 호소를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중앙정부가 주택 정책을 주도하는 이유는 주거나 임대차 정책을 경제정책의 하위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는 세계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 경기 하락을 우려해 ‘핀셋규제’라는 하나 마나 한 수준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중앙행정의 현장 감수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대도시에 주거와 임대차 안정화 정책의 행정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하는 것도 부동산 정책 개혁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2019-12-2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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