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물오리론’을 들어보셨나요? 육군, 해군, 공군 3군의 합동성 강화를 얘기하면서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번 들어보시죠. “한국군이 자칫 물오리가 되자는 얘기처럼 느껴진다. 물오리는 물에서 헤엄도 치고, 땅 위에서 걸으며, 공중으로 날기도 한다. 얼핏 보면 이런 군대가 바람직하다는 논리로 합동성이 얘기돼서는 곤란하다.”
천안함이 폭침된 바로 그날인 지난 3월26일, 육군 교육사령부에서 열린 ‘합동성 강화 대토론회’에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한 말씀입니다. “물에서는 상어처럼, 땅에서는 호랑이처럼, 공중에서는 독수리처럼 싸우는 군대여야 한다. 각 군의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합동성이라는 명분으로 다 섞어 놔서 결국 물오리가 되자는 얘기는 아닌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물오리까지 등장할지는 몰랐습니다. 합동성을 강화하자고 마련한 자리에서 나온 얘기치곤 수위가 높습니다. 주로 해군과 공군의 입장입니다. 육군에 대한 상대적인 피해의식입니다.
한민구 합참의장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창군 이래 36명의 합참의장이 배출됐는데 그중 35명이 육군 출신입니다. 이양호 의장이 유일한 공군입니다. 42명의 국방장관 중 타군 장관은 단 6명이었습니다. 해·공군의 불평불만을 이해할 만합니다. 합참의장 내정자께서 대토론회에서 하신 말씀도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합동성을 명분으로 착수된 합참의 2단계 조직개편으로 전력발전본부가 신설되었으나 합동직위에 육군의 비율이 너무 낮다.”라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합참 주요직책 18자리 중 육군이 14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곧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오르시면 얽히고설킨 문제를 어떻게 풀 요량인지요.
이명박(MB) 대통령이 얼마 전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를 처음 주재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전장(戰場) 환경에 맞도록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합동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합동성이 MB 정부 국방개혁의 화두로 등장한 셈입니다.
자군(自軍)이기주의가 암 덩어리입니다. 현대전을 바라보는 3군 간의 현격한 시각차도 큽니다. 육군은 지상군 위주의 작전운용이 필요불가결하다고 봅니다. 한·미 동맹 체제에서 지상전력의 유지와 합참의 육군 위주 구성 및 운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지요. 해·공군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라고 코웃음 칩니다만.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합동성 강화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적 현실에 맞는 합동성 강화를 꾀해야 합니다. 합참 내 3군 자리안배라는 대증요법으론 답이 안 나옵니다. 3군 교육기관의 통·폐합과 각종 지원부대의 통합부터 시작할 것을 권합니다. 모든 군 관련 교육훈련기관을 통합운영해야 합니다.
3군 사관학교의 통합은 기본입니다. 위관급 장교가 받는 초등군사반과 고등군사반의 통합이 다음 차례입니다. 육군·해군·공군대학을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합참대학에서 영관급 장교의 융합을 이루면 됩니다. 국방대 안보과정에서 대령 이상의 3군 통합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때는 늦습니다. 초급장교부터 영관장교까지 어울려 교육훈련을 받으면 합동성 강화를 따로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리와 예산도 줄어듭니다. 군수, 인사, 경리, 복지, 공보 등 여타 지원부대의 통합은 그다음 단계이지요.
정권이 바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국방개혁입니다. ‘5년 주기설’입니다. 다들 심드렁합니다. 피로도가 높습니다. ‘정권안보용’ 개혁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안보용’ 개혁이어야 명분과 공감대가 생기는 법입니다. 국방개혁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 일은 쉽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는 한시적인 방안밖에 내놓지 못합니다. 개혁은 독립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교육과 지원부대의 통합을 통해 하나된 국군을 보고 싶습니다.
joo@seoul.co.kr
노주석 논설위원
한민구 합참의장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창군 이래 36명의 합참의장이 배출됐는데 그중 35명이 육군 출신입니다. 이양호 의장이 유일한 공군입니다. 42명의 국방장관 중 타군 장관은 단 6명이었습니다. 해·공군의 불평불만을 이해할 만합니다. 합참의장 내정자께서 대토론회에서 하신 말씀도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합동성을 명분으로 착수된 합참의 2단계 조직개편으로 전력발전본부가 신설되었으나 합동직위에 육군의 비율이 너무 낮다.”라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합참 주요직책 18자리 중 육군이 14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곧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오르시면 얽히고설킨 문제를 어떻게 풀 요량인지요.
이명박(MB) 대통령이 얼마 전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를 처음 주재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전장(戰場) 환경에 맞도록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합동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합동성이 MB 정부 국방개혁의 화두로 등장한 셈입니다.
자군(自軍)이기주의가 암 덩어리입니다. 현대전을 바라보는 3군 간의 현격한 시각차도 큽니다. 육군은 지상군 위주의 작전운용이 필요불가결하다고 봅니다. 한·미 동맹 체제에서 지상전력의 유지와 합참의 육군 위주 구성 및 운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지요. 해·공군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라고 코웃음 칩니다만.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합동성 강화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적 현실에 맞는 합동성 강화를 꾀해야 합니다. 합참 내 3군 자리안배라는 대증요법으론 답이 안 나옵니다. 3군 교육기관의 통·폐합과 각종 지원부대의 통합부터 시작할 것을 권합니다. 모든 군 관련 교육훈련기관을 통합운영해야 합니다.
3군 사관학교의 통합은 기본입니다. 위관급 장교가 받는 초등군사반과 고등군사반의 통합이 다음 차례입니다. 육군·해군·공군대학을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합참대학에서 영관급 장교의 융합을 이루면 됩니다. 국방대 안보과정에서 대령 이상의 3군 통합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때는 늦습니다. 초급장교부터 영관장교까지 어울려 교육훈련을 받으면 합동성 강화를 따로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리와 예산도 줄어듭니다. 군수, 인사, 경리, 복지, 공보 등 여타 지원부대의 통합은 그다음 단계이지요.
정권이 바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국방개혁입니다. ‘5년 주기설’입니다. 다들 심드렁합니다. 피로도가 높습니다. ‘정권안보용’ 개혁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안보용’ 개혁이어야 명분과 공감대가 생기는 법입니다. 국방개혁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 일은 쉽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는 한시적인 방안밖에 내놓지 못합니다. 개혁은 독립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교육과 지원부대의 통합을 통해 하나된 국군을 보고 싶습니다.
joo@seoul.co.kr
2010-07-01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