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민심/오승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민심/오승호 논설위원

입력 2014-07-04 00:00
수정 2014-07-0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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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을 한 다음날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60대 기사의 품평이 마음에 와 닿는다. 11억원짜리 아파트 분양 현수막 문구를 보더니 비판 일색이다. 우리나라에 돈 많은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핵가족 시대인데 큰 아파트가 왜 필요하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 달라진 가족 풍속도까지 동원했다. 결혼한 자녀가 부모 집에 들러도 잠을 자지 않고 가버리는 게 요즘 세태이니 20평대면 충분하다면서 분명히 미분양될 거란다.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마다 시민들의 생활이 팍팍하다는 점을 느낀다. 차량에서 승객들이 다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는 이들을 본다. 지하철역 계단에는 ‘좌측 보행’, ‘우측 보행’ 표시가 있지만 출근 시간대에는 유명무실하다. 계단 밖으로 나오는 인파가 전부 점령해 버리기 일쑤다. 질서의식을 따지기 이전 ‘얼마나 마음의 여유가 없고 삶이 각박하면 저럴까’라고 생각해 본다. 퇴근시간대엔 술이 얼큰하게 취한 승객들이 위정자들을 나무라는 소리도 종종 들린다. 교통비도 아끼지만 노력하지 않고도 민심을 읽을 수 있어 좋다. 그 어느 때보다 민심의 가치를 귀하게 여길 시기인 것 같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2014-07-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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