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책난로와 핫팩/김성곤 논설위원

[길섶에서] 책난로와 핫팩/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기자
입력 2018-12-05 22:08
수정 2018-12-05 22: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릴 적 읍내에 있는 초등학교까지 십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다녔다. 아침에는 동네 어귀에 다 같이 모였다가 학교로 향했다. 학교 가는 길이 멀었지만, 이렇게 가면 지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각은 읍내에 사는 친구들이 많이 했다. 겨울방학을 전후해 추운 날이면 먼저 나온 형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거기서 옹기종기 모여 불을 쬐다가 우하고 학교로 달려갔다.

출발하기 전 책난로는 필수다. 헌책 모서리에 불을 붙인 뒤 돌돌 말아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거나 이를 바통처럼 움켜쥐고 큰 원을 그리며 몇 바퀴 돌리면 불이 살아난다. 겉은 멀쩡한데 안에서는 불이 타들어가는 이른바 손난로다. 가다가 추우면 돌돌 만 책을 좀 풀어서 불을 살려 온기를 쏘이거나 아니면 이를 불쏘시개 삼아 길섶 마른 잡초에 불을 붙여서 언 손과 발을 녹였다. 학교에 가까워지면 소명을 다한 손난로는 활활 태워서 없애거나 아니면 불을 꺼서 어느 집 담 모퉁이에 처박아 뒀다가 하교 때 재활용하기도 했다. 요즘은 온기가 24시간 이상 가는 핫팩에서부터 건전지를 이용한 손난로와 열선이 깔린 장갑까지 나와서 어지간해선 손 시린 것을 모르고 산다. 갑자기 몰려온 추위에 그때의 책난로와 그 불냄새가 문득 그립다.

김성곤 논설위원 sunggone@seoul.co.kr

2018-12-06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투표
'정치 여론조사' 얼마큼 신뢰하시나요
최근 탄핵정국 속 조기 대선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여야는 여론조사의 방법과 결과를 놓고 서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론이 그 어느때보다 두드러지게 제기되고 있다. 여러분은 '정치 여론조사'에 대해 얼마큼 신뢰하시나요?
절대 안 믿는다.
신뢰도 10~30퍼센트
신뢰도 30~60퍼센트
신뢰도60~90퍼센트
절대 신뢰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