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다보스포럼의 경고/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다보스포럼의 경고/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01-22 18:00
수정 2016-01-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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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인공지능(AI)을 어쩌나. 21세기 과학기술의 총아, 미래의 먹거리로 각광받는 두 ‘보석’이 다른 한편에선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일자리 위협이란 측면에서 부정적 징후들이 로봇과 인공지능이 쓰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대량 실직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요즘 자동차산업계의 화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다. 모두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나 다름없다. 미국에서 최고 인기인 테슬라의 전기차 보닛을 열면 속이 텅 비어 있다고 한다. 복잡한 엔진과 기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엔진과 구동장치를 구성하는 수많은 부품 제조업이, 다시 말하면 노동의 대상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상용화가 임박한 자율주행차는 더 심각하다. 테슬라와 구글은 2017년까지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수많은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들의 실직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디어 시장에선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등 세계적 권위의 매체들이 앞다퉈 ‘로봇 저널리즘’을 도입하면서 기자들의 설 곳이 줄어들고 있다. 드론은 어떤가. 아마존을 선두로 시험 운용 중인 드론 활용이 보편화되면 수많은 배달업 종사자들이 거리에 나앉을 것이다.

현재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는 이 같은 징후와 우려가 결코 과장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포럼이 발표한 ‘미래고용보고서’의 경고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이 보편화하면서 앞으로 5년간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포함한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진다. 이 기간에 새로 생겨나는 직업은 210만개에 불과하다. 특히 반복적인 업무수행이 특징인 사무·행정 직종이 475만개로 가장 많이 준다. 제조·생산(160만), 건설·채굴(49만), 예술·디자인·환경·스포츠·미디어(15만) 업종도 많이 감소한다.

23일 폐막하는 다보스포럼의 대주제는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은 개막식에서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엔 분명히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될 듯싶다.

그럼 노동자들은? 일부 로봇 전문가들은 단순 업무가 줄어드는 대신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다루는 새로운 전문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될까. 지난해 브루킹스 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7년간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량은 20% 가까이 늘었지만, 종업원 수는 오히려 1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모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줄 것이라는 슈바프 회장의 낙관적 예고를 무조건 믿어 보는 수밖에.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01-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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