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대국’ 伊 오명 씻을까

‘도청대국’ 伊 오명 씻을까

입력 2010-06-29 00:00
수정 2010-06-2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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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법안 상원통과… 마피아 수사만 예외인정

이탈리아가 이른바 ‘도청대국’의 오명 벗기에 나섰다. 이탈리아에서 도청은 검찰·경찰의 수사나 미디어 매체의 취재 방식에서 일반화된 상태다. 프랑스의 도청 건수를 1로 봤을 때 독일은 3, 네덜란드는 12, 이탈리아는 15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이탈리아 국회 상원은 지난 11일 법무부와 언론 등의 반발에도 불구, 무분별한 개인들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수사나 미디어 등의 도청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도청법안의 심의는 현재 하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실비오 베를리스코니 총리는 지난 2008년 4월 취임 이래 도청법안의 개정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탈리아는 검찰에 대해 간단한 절차만으로 판사로부터 전화 도청이나 인터넷 등의 통신 감청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왔던 터다. 물론 1950년대 마피아 수사의 기법으로 널리 사용된 도청은 금고 5년 이상의 사건에 제한한다는 단서 조항을 뒀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청된 전회회선은 11만 2000개, 도청기 설치는 1만 3000곳, 소요된 국가비용만 2억 7200만 유로(약 4000억원)이다.

도청법 개정안은 마피아 관련 수사에 대해서만 도청을 인정했다. 대신 도청 신청 조건이나 형식 등을 까다롭게 규정, 지금껏 99% 받을 수 있던 판사의 ‘도청 허가’에 제동을 걸었다. 더욱이 합법적인 도청에서 본건 이외에 드러난 별건의 범죄사실의 경우, 도청 내용을 범죄 증거로 제시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특히 미디어에 대해 검찰이 기소전에 흘린 도청내용의 보도를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기소 후에도 간추린 내용만 알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위반한 기자에는 최고 30일간의 금고 및 수천유로의 벌금, 매체에는 최고 46만 40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새 도청법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여전하다. 남부 카라브리아 검찰청 측은 “마피아의 수사는 다른 사건의 도청에서 나온 내용이 단서가 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미피아와 일반 범죄의 선긋기가 어렵기 때문에 새 법이 시행되면 마피아 수사는 막힐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간지 레프브리카의 편집위원은 “법안은 보도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2010-06-2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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