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아찌아족 한글 선생님 정덕영씨

찌아찌아족 한글 선생님 정덕영씨

입력 2010-07-27 00:00
수정 2010-07-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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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州) 바우바우시(市)에서 찌아찌아족(族)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정덕영(49)씨는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뜨겁다.교사자원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전 연합뉴스 기자와 현지에서 만난 정씨는 1시간여 동안 초등학교 4학년생을 상대로 한글 수업을 하느라 다소 지친 표정이었지만 “이곳에 한글 교육의 뿌리를 내리는 밑거름이 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제약회사에서 20년간 근무하다 2년 전 퇴직하고 외국인 한국어 교육에 뛰어든 그는 사전 읽기가 취미인 자타공인 ‘국어 마니아’다.

 그는 훈민정음 학회의 주선으로 올해 3월22일부터 찌아찌아족 밀집지역인 소라올리오 지구의 학교 2곳을 포함해 총 4곳의 학교에서 찌아찌아족 교사인 아비딘씨와 함께 한글과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다음은 정씨와 일문일답--현지인의 한글 학습 열기는.

 △지난 1년간 한글을 배운 5학년 학생의 99%가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완벽히 표기하고 읽을 줄 안다.한글이 배우기 쉬운 ‘반나절 문자’라는 장점도 있지만,한글을 배우겠다는 학생들의 열기가 워낙 뜨겁다.현재 교편을 잡은 까루야바루 초등학교 외에도 소라올리오 지구에 초등학교 5곳이 더 있는데 한글 수업을 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거세다.

 --훈민정음 학회에서 추가로 교사를 파견한다고 들었다.

 △교사자원 확충이 시급하다.지난 1년간 한글과 한국어를 배웠던 학생들이 한학년 위로 올라가면서 업무가 2배로 늘었다.바우바우시도 내달부터 한글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자체적인 한글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비딘씨와 함께 이곳 교사 30명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하게 된다.

 --몇몇 대학생 봉사단이 이곳을 찾았다.

 △나와 아비딘씨가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서 한글과 한국어를 교육한 것으로 알고 있다.한글을 배우려는 학생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줬을 것이다.

 민간이 찌아찌아족과 바우바우시에 관심을 두고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하지만,너무 급하게 다가서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문화적 충돌 때문에 애써 일군 지금까지의 성과가 무너질까 봐 걱정된다.오기 전에 이곳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상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서 왔으면 좋겠다.

 --수업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찌아찌아어와 인도네시아어를 모르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아이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이곳 말을 알아야 하는데 아직 숙달되지 않은 상태다.학생들도 아직 기초를 배우는 정도기 때문에 다들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하고 있으며 수업을 못 따라오는 학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이곳에 대중교통이 발달 돼 있지 않아 불편한 점이 있다.이동을 하려면 차량을 하루 단위로 빌려 움직여야 하는데 손님이 많이 몰리는 날에는 차량이 없어 수업에 늦은 경우가 많다.이곳 거리는 일제 자동차가 점령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차량을 지원해 준다면 홍보 효과도 볼 수 있고 나는 물론 미래의 자원봉사 교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외지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은.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게 제일 힘들다.막내 아이가 고3인데 부인에게만 무거운 짐을 지게 해 마음에 걸린다.그러나 내 인생의 한 토막은 온전히 다른 사람을 위해 바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가족들도 내 뜻을 잘 이해해주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이곳 말로 ‘친구’를 ‘사팡가’라고 한다.얼마 전 지난 학기에 나에게서 한국어를 배운 고교생이 다가와 “사팡가”라며 인사했다.한글이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이들 곁에 친구로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봉사하고 싶다.

 바우바우<인도네시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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