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내연애’ 시들해진 까닭은?

미국에서 ‘사내연애’ 시들해진 까닭은?

입력 2010-09-20 00:00
수정 2010-09-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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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2002년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시티에 사람을 한 명 몰래 보냈다.공장 검사 매니저가 다른 한 여성 직원과 함께 시설 시찰에 나섰다는 첩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파견된 조사원은 나흘간 잠행 끝에 이들이 묵었던 호텔 침실에서 ’증거‘를 확보했고,해당 매니저는 ’사내연애 금지‘를 천명한 회사 정책에 따라 곧바로 해고됐다.

 기업들의 이러한 강경한 사내연애 금지 정책에도 식을 줄 모르고 불타올랐던 사내 연애가 최근 시들해졌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경제침체가 계속되면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동료인 갑과 을의 사내연애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 교육 자문기업인 ’워크플레이스 앤서스‘의 손드라 솔로베이는 실직을 두려워하는 일부 직장인들이 자기 자리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성적(性的) 편애 소송‘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차별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려고 상사가 자신을 해고했다고 이른바 ’보복 소송‘을 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시민권익단체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제출된 보복소송은 3만 2천690건으로 23%나 증가했으며 위원회 전체 소송의 약 1/3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더 증가해 위원회에 제출된 전체 소송의 36%로 나타났다.

 EEOC 자료를 보면 지난 12년간 성차별 소송으로 기업들이 물어 준 돈은 평균 4천780만 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이는 당사자들이 법정 밖에서 합의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제3자 차별 소송이 급증하면서 EEOC는 지난해 차별 피해자들에게 3억 7천600만 달러나 지급했다.

 은밀한 연애의 기운이 감돌던 사무실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올 2월 한 조사에 참여한 미국 근로자의 75%는 사내 관계가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답했고 62%는 사내연애가 업무에 지장이 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시행된 또 다른 조사에서는 사내 밀회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37%로 나타나 절반에 육박했던 2006년 같은 조사보다 줄었다.

 신문은 2005년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과 연애하고 특혜를 줄 경우 다른 직원들에 대한 성차별이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도 사내연애와 관련된 이러한 변화의 전환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주의 한 교도소 여성직원 2명은 근무 당시 상사가 다른 여직원 3명과 성관계를 맺으며 승진 등 각종 특혜를 주는 바람에 자신들은 차별받았다고 소송을 제기했고,법원은 이들이 사내연애로 부차적인 피해를 보았다고 결론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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