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경제팀에 무슨 일이 생겼나

오바마 경제팀에 무슨 일이 생겼나

입력 2010-09-22 00:00
수정 2010-09-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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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들이 줄줄이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이 7월초 사임한데 이어 크리스티나 로머 경제자문위원장도 이달초 사표를 내고 원래 직업이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 교수직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오바마 경제팀의 좌장격인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이 11월 중간선거 후 사임하고 하버드대 교수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21일 백악관이 발표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만 남기고 오바마 경제팀의 핵심인사들이 약속이나 한듯 줄줄이 이탈하는 모양새다.

 서머스의 사임 계획이 본인의 희망에 의한 것인지,아니면 임명권자의 권고에 의한 것인지 확인되지는 않고 있으나 후자쪽에 가깝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들은 서머스가 원래부터 하버드 교수직 복귀를 간절히 희망해왔기 때문에 그의 사임이 이미 예견된 것이며,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타의에 의한 사퇴가 아니라고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독선적이고 비타협적인 성격의 서머스가 그동안 오바마 경제팀 내부에 잦은 불협화음의 진원지였고,그가 월스트리트의 대형금융회사들과 지나치게 밀착돼 있다는 점 때문에 진보진영의 비판을 불러온 점은 그의 사임을 전적으로 본인의 자발적 의사로 보기 힘들게 한다.

 이달초 사임한 로머는 추가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시행을 강력하게 주장,경제정책 운용의 초점을 재정적자 감축으로 옮겨야 한다는 서머스와 대립하다 물러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백악관의 경제참모 회의 도중 로머가 자신을 마구 몰아세우는 서머스를 향해 “나를 협박하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로머의 사임으로 오바마의 경제팀이 서머스의 독선적 지휘 아래 일사불란한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부에서 제기됐으나 서머스까지 사퇴키로 함에 따라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히 경제팀 내부의 노선 갈등 속에 세력이 재편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선거 이후 오바마의 재선 운동이 닻을 올리는 것과 때맞춰 경제팀의 인적 쇄신을 통한 ‘오바마노믹스’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의 패배가 확실시되며,오바마와 민주당의 지지도가 추락한 것은 두자릿수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더딘 경기회복세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는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는 최근 서머스와 가이트너를 직접 거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경제팀을 경질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오바마는 베이너 대표의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으나 안팎으로는 경제팀의 책임론에 시달려 온 것이 사실이다.

 중간선거에서 재선이 위태로운 민주당 현역의원들은 경제팀이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예산의 집행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경제팀의 실질적 리더인 서머스가 정책을 잘못 운용함으로써 고용창출이라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재정적자만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진보진영에서는 특히 서머스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금융산업의 규제완화를 주도했고,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금융회사의 규모를 규제하는 방안에 극구 반대했다는 점 때문에 서머스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이런 분위기를 종합할 때 서머스의 퇴진은 내용적으로 경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서머스의 정책노선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오바마노믹스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유권자들의 심판이 내려질 것으로 확실시되기 때문에 경제팀의 리더가 책임을 져야하는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경제팀의 인적쇄신은 오바마의 재선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지금의 경제팀 면면을 그대로 유지한 채 2년후 대선을 준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 오바마 진영의 판단이며 이 때문에 경제팀의 좌장인 서머스를 교체키로 했다는 것이다.

 서머스의 후임으로는 학계인사가 아니라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을 비롯해 시장 전문가가 유력시되고 있는 것도 바로 오바마의 재선을 위한 경제정책 노선의 방향전환이 불가피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각종 개혁드라이브의 결과로 오바마가 월가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반(反)시장적인 인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이를 불식하기 위해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경제팀의 핵심참모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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