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軍·警 유혈폭동… 비상사태 선포

에콰도르 軍·警 유혈폭동… 비상사태 선포

입력 2010-10-02 00:00
수정 2010-10-0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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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적도에 위치한 에콰도르의 국민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루 비상사태 속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숨막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날 경찰의 폭력 시위가 대통령 억류로 이어지면서 정변 양상을 보였다. 이어 ‘반란 경찰’들과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의 충돌 속에 군대가 저녁무렵 대통령을 구출해 내면서 사태가 진압국면에 들었지만 유혈 ‘반란’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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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코레아 대통령이 억류된 수도 키토의 경찰병원 앞 길에서 정부의 복지혜택법안 통과에 반발, ‘반란’을 꾀한 경찰관들과 타이어를 태우며 맞서고 있다(왼쪽). 경찰이 중심이 된 반란세력에 의해 경찰병원에 갇혔던 코레아 대통령이 정부군에 구출된 뒤 방독면을 쓴 채 호위를 받으며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키토 AP 특약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코레아 대통령이 억류된 수도 키토의 경찰병원 앞 길에서 정부의 복지혜택법안 통과에 반발, ‘반란’을 꾀한 경찰관들과 타이어를 태우며 맞서고 있다(왼쪽). 경찰이 중심이 된 반란세력에 의해 경찰병원에 갇혔던 코레아 대통령이 정부군에 구출된 뒤 방독면을 쓴 채 호위를 받으며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키토 AP 특약


폭력시위로 치안이 불안해진 틈을 타 수도 키도 및 일부 도시에서는 약탈이 자행됐다. 에콰도르 적십자는 충돌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AP는 보너스 등 경찰의 복지혜택을 줄이는 법의 통과가 사태의 발단이 됐다고 전했다. 불만을 품은 경찰과 일부 군 병력은 한때 키토 국제공항과 의사당, 정부 청사 및 주요 도로들을 점거했다. 라파엘 코레아(47) 대통령은 이들을 제지하러 현장에 나섰다가 흥분한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여 물병과 최루가스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키토 경찰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경찰관들에게 억류됐다. 이어 정부군이 경찰병원에 진입해 총격전을 벌인 끝에 대통령을 구출해냈다.

사태는 하비에 폰스 국방장관 등 군 지휘부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수습 국면으로 바뀌었다. 구출된 뒤 대통령궁에 도착한 코레아 대통령은 발코니에 나와 소요 와중에서 지지해준 국내 지지자들과 남미 정상들을 향해 감사를 표시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시위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을 살해하려 했으며 이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어 “아무도 용서하지 않고 잊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루시오 구티에레스가 이끄는 애국사회당(PSP)을 배후세력으로 지명, 비난했다.

중남미 자원부국인 에콰도르는 지난 10년 동안 10명의 대통령이 바뀌고 그 가운데 3명은 대규모 시위로 물러나는 등 정치혼란을 겪어왔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좌파성향의 경제학자 코레아 대통령은 2006년 친미후보를 누르고 집권하면서 비교적 안정을 유지해 왔다.

한편 경찰이 중심이 된 이번 사태는 우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음모가 배후에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들이 코레아 대통령을 몰아내려 한다.”는 글을 올렸다. 마리아 이사벨 살바도르 미주기구(OAS) 주재 에콰도르 대사도 군계통의 반대파 및 그들의 연계세력이 이번 사태에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2010-10-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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