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독재·세습기도 카다피정권 무너지나

42년독재·세습기도 카다피정권 무너지나

입력 2011-02-21 00:00
수정 2011-02-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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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집권 이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리비아의 반(反)정부 시위 사태는 이웃국가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직후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헌법도 없이 무려 40년 이상 이어온 장기독재를 비롯해 차남으로의 권력세습 시도,인권 탄압과 경제난 등은 튀니지발(發) 민주화 열망이 옮겨붙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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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변호사 석방시위가 도화선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 16일 벵가지 경찰서 앞에서 과거 이슬람주의자 집회 때 숨진 14명의 유족들이 인권변호사인 페티 타르벨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벌인 시위가 ‘도화선’이 됐다.

 어떤 이유로 체포됐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타르벨 변호사는 풀려났고 이후 이들 유족을 중심으로 한 벵가지 시내의 샤자라 광장으로 몰려가 “국민은 부패청산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 시위 이후 전통적으로 카다피 국가원수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이어졌으며,보안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사용해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시위는 급격히 확산됐다.

 특히 카다피의 지지세력이 많은 수도 트리폴리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등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반정부 열기는 들불처럼 번지는 모습이다.

 ●철권통치 염증

 리비아 반정부 시위는 무려 42년간 권좌를 지키는 카다피 국가원수에 대한 반감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지난 1969년 9월 무혈쿠데타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뒤 줄곧 집권하고 있으며,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이 2인자의 지위를 누리면서 부자간 권력세습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카다피 국가원수는 지금까지 선출된 의회와 헌법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전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독재자로 여겨지고 있다.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카다피 국가원수는 지난 2008년 헌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강경파가 저항하면서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석유.천연가스 부국인 리비아가 최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인구증가율을 보이면서 고(高)실업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점도 반정부 분위기가 비등한 이유로 분석된다.

 또 최근 튀니지 시위 사태에 대해 카다피 국가원수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이 될 누군가를 위해서인가”라며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두둔한 것도 이번 민주화 시위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42년 권좌’ 무너뜨릴까

 시위가 격화되면서 카다피 국가원수의 42년 권좌가 조만간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나 튀니지와 이집트와 같이 비교적 무난하게 정권을 이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집권 이후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의사결정을 통해 통치해 온데다 2인자인 알-이슬람을 비롯한 자녀들이 국가의 핵심 분야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벵가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진압하고 있는 주역이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은 특수군 지휘관인 아들 카미스이며,또다른 아들인 사디도 이에 가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 국가원수가 시위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도망’간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과 달리 무자비한 시위진압에 나선 것도 이같은 든든한 배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수도 트리폴리에서 친정부 시위대가 반정부 시위대와 잇따라 충돌한 것도 카다피 지지세력이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님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반미세력인 카다피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이미 시위대 편에 선데다 반정부 민주화 열기가 전례 없이 전국 규모로 번지는 분위기여서 정권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카다피를 정점으로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인구가 비교적 적어 통제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집트와는 차이가 있다”면서 “따라서 물리력을 통한 진압에 성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그러나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을 시작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로,당장 물러설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장기독재로 인해 정통성이 약한 카다피 정권이 무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2인자인 알-이슬람이 연관된 언론사들이 시위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가 카다피 정권과의 결별 절차에 나섰을 수 있고,자녀들 사이에 권력승계를 둘러싼 알력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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