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실러 애플 수석부사장 법정 증언…삼성 “애플이 초조감 느낀 것” 주장
애플이 16년만에 브랜드 광고 문구를 바꾼 이유는 뭘까.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서 열린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에서 필 실러 애플 수석부사장이 눈길을 끄는 증언을 했다.
브랜드 광고 문구를 바꾼 것이 삼성 브랜드의 급성장에 경계심을 갖게된 시기와 일치하고 있음을 연상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원고 애플 측 증인으로 나온 그는 피고 삼성전자측 변호인 빌 프라이스의 반대신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2013년 애플이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내 기준에 따르면 이는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1997년부터 “다른 생각”(Think Different)이라는 문구를 활용해 브랜드 광고를 해 오다가 작년부터 ‘디자인드 바이 애플 인 캘리포니아’(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로 바꿨다.
삼성 측 변호인인 프라이스는 바로 이 대목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신문을 통해 애플 내부 자료와 언론 보도 등을 제시하면서 애플이 삼성의 브랜드 파워 급성장에 초조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을 주로 강조했다.
특히 프라이스가 제시한 자료에는 광고 대행업체를 교체해야겠다고 말한 실러의 이메일과 ‘애플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아이폰을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삼성의 브랜드가 끼치는 인상이 애플과 똑같은 수준으로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조사 결과 등이 있었다.
프라이스는 노리는 것이 있었다. “소비자들이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이지, 애플이 주장하는 5개 특허에 따른 제품 특징들이 아니다”라고 주장함으로써 특허침해에 관한 애플 측 주장을 약화시키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이다.
실러는 사실관계에 관해서는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그 동기에 관해서는 “삼성 때문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 사후에 내가 광고 총 책임을 맡는 등 업무 분장 변경이 있었고 다른 이유들이 많이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또 소비자가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제품들을 사용해 보는 것”이라며 브랜드 가치와 제품의 특징은 나눌래야 나눌 수 없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에 이어 이날 증언대에 선 실러는 약 2시간 동안 삼성 측의 반대신문과 애플 측의 주신문에 응한 후 법정에서 퇴정했다.
애플 측 변호인 해럴드 맥엘히니는 실러에 이어 자사 디자이너인 그레그 크리스티를 증인으로 불러 주신문을 진행했다.
크리스티는 이번 재판에서 애플이 내세운 특허 5개 중 ‘밀어서 잠금해제’를 발명한 인물 중 하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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