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암살 소재 ‘더 인터뷰’ 거론 “김정은 신경 건드려””北, 8월 대규모 4차핵실험 가능성…한반도 전략균형 바꿀수도”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9일(현지시간) 대북 접근방식과 관련해 “한편의 코미디 영화가 어떤 대북제재보다도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미국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차 석좌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코미디영화인 ‘더 인터뷰’(The Interview)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부르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차 석좌는 “미국 정부는 군사적 봉쇄도 취해봤고 경제적 제재나 정치적 고립 조치도 모두 시도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것이 ‘할리우드’(Hollywood)인데, 이것이 김정은을 진정으로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김정은은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도 신경쓰지 않고 유엔 북한인권조사보고서(COI)에 대해서도 모른 척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영화가 나오자 북한 외무성이 위협 성명을 발표하고 이튿날 북한이 동해를 향해 세 발의 발사체를 쏜 것은 분명히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화를 사랑하는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암살을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자신에 대한 모독이자 조롱이라고 느꼈을 것”이라며 “특히 이 영화가 DVD나 썸 드라이브와 같은 휴대용 USB 저장기기를 통해 북한 사회에 유입되고 주민들이 이를 볼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차 석좌는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8월 시작되는 한·미 군사합동훈련이 추가도발의 명분이 될 수 있다”며 “이번 핵실험은 과거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타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기도 한 차 석좌는 CSIS가 지난 2009년 한국과 관련한 첫 영구 프로그램으로 ‘코리아 체어’를 개설한 이후 초대 석좌를 맡아 한반도 정책이슈와 관련한 다양한 토론과 이벤트를 펴고 있다.
다음은 차 석좌와의 일문일답.
--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나.
▲북한은 일본과 러시아를 상대로 외교적 플레이를 하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정확히 어디로 가려는지 분명치 않다. 여전히 병진노선을 되풀이하고 있고 경제개혁 조치도 미미하다. 이는 여전히 김정은 정권이 내부 정치와 권력투쟁에 휩싸여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안정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 4차 핵실험과 관련해 구체적인 징후가 있나.
▲상업위성 사진들을 판독해보면 북한 핵실험장에서 많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이 언제라도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우려되는 것은 4차 핵실험의 규모가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한 차례씩 했지만 이번에는 완벽한 핵폭발과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핵보유국’임을 과시하려고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균형을 완전히 바꾸려 시도할 것이다. 8월부터 한미 군사훈련이 다시 시작되는데, 이것이 북한에 추가도발의 또다른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한국과 중국이 너무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 않나.
▲실제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그런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지지한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중국과 더 깊은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더욱 많은 이해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본다. 미국은 그것이 한·미 양국의 이해와 부합한다고 본다. 한국이 북한문제와 한반도 미래에 대해 중국과 보다 솔직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다.
-- 어떤 의제들이 논의돼야 하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문화교류가 의제에 오르겠지만 역시 주요한 대화는 북한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대화내용들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희망하건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문제에 대해 조용하고 솔직한 대화를 해서 공통의 이해를 형성하기를 기대한다. 북한의 미래에 대해 중국과 논의하기를 바란다.
-- 한·중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가 나올 것으로 보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6자회담을 하려는 것은 실제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위기지수가 낮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모두 당장 협상테이블을 차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자리매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한국으로서는 최대 우려가 미·중간의 G2 구도에 갇히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그 과정에서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미국과 강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강하다면 중국은 한국을 존중할 것이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약하다면 중국은 한국을 속국처럼 다룰 것이다. 한·미동맹 관계가 견고할수록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지위를 갖게 된다.
-- 고노담화 검증문제가 한·일간의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일본이 역사를 해석하는 것은 그들의 권리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위안부 피해여성들이 강압적으로 또는 속아서 성노예로 동원됐으며 그에 따라 사과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전 세계가 위안부 문제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고노담화 검증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일본과 논쟁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 일본이 본질적으로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한 점에 주목하고 이를 토대로 한·일 정부 당국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위안부 관련 협상이 진전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일본이 사과하고 보상할 수 있는 합의의 틀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 미국의 입장은 모호한데.
▲미국은 분명히 일본의 태도에 대한 한국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동시에 매우 실용주의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을 꾀하고 있다. 양국간 고위급 회담을 독려하고 3국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통해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고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한·일 양국간의 역사문제로 인해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응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처음에는 다소 순진한 접근이 아니었느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매우 현명한 대북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이념적 시각에서 탈피해 신뢰부터 구축하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남북관계 측면에서 볼 때 박 대통령을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올려놓은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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