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보’ 이어 ‘금융’카드로 패권강화 기도”
중국의 주도로 설립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는 의외로 강경하다.아시아 지역에서 사회기반시설 건설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다는 명분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시아, 나아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을 키우는 수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한 데 따른 것이다.
AIIB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해 10월 동남아 순방 중 제안했다.
AIIB의 최대 출자국으로 유력한 중국은 AIIB의 자본금을 당초 500억 달러(약 50조원) 정도로 제안했지만 이후 1천억 달러 수준으로 높이자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 AIIB의 설립 의도를 의심하는 가장 명확한 이유는 일본을 명시적으로, 미국을 묵시적으로 AIIB에서 배제한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렸을 때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은 15개 아시아 국가 대표단을 별도로 초청해 AIIB 설립 취지를 설명했지만 미국과 일본, 인도는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ADB는 그동안 아시아에서 국가 단위를 초월한 개발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관이었지만, 중국은 자신의 발언권이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왔다는 불만을 표해 왔다.
1966년 설립된 ADB의 최대 지분은 미국(15.7%)이 갖고 있고 일본(15.6%)이 근소한 차이로 ‘2대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역대 ADB 총재는 모두 일본인이었다.
AIIB 참여를 원하는 중동 국가들을 중국에서 ‘서부 아시아’라고 부르는 점도 AIIB를 단순히 아시아에서 사회기반시설 조성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라 동아시아와 중동에 걸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발판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드니 사일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세계은행이나 ADB가 가진 “지배구조와 환경·사회적 안전망, 조달 측면에서 엄격한 기준을 AIIB가 현시점에서 구현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에도 미국 정부는 한국에 AIIB 참여 보류를 요청했다.
중국의 시 주석이 한국을 이틀 동안 방문하면서 두 나라 정상간의 밀도 깊은 대화도 오갔지만, AIIB에 대한 한국의 고민은 당분간 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에서는 이 같은 복잡한 분위기를 의식한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러우 재정부장은 지난 4일 “AIIB가 창설되면 세계은행이나 ADB와 협력할 것”이라며 “아시아, 궁극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사회기반시설 조성의 재정 지원을 함께 실시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우리 정부는 중국의 AIIB 설립 계획에 대해 “한·중 정부간 양자협의와 다자간 실무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정부는 협의결과를 감안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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