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서 EU 탈퇴 공약”
영국의 집권 보수당 의원들이 유럽연합(EU) 탈퇴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입장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반기를 들었다.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31일(현지시간) 최대 100명의 보수당 의원들이 내년 5월 총선에서 영국과 EU의 관계 재설정 협상 결과에 관계없이 EU 탈퇴 공약을 내걸 예정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EU에 위임했던 일부 권한을 회수하는 협상을 거쳐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 투표에서 EU 잔류를 주장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런데도 보수당 의원들이 EU와의 협상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거 EU 탈퇴를 공약하기로 한 것은 캐머런 총리의 협상능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인디펜던트는 진단했다.
한 보수당 의원은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의 동료들은 EU 탈퇴를 공약하는 것만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 의원들이 EU 탈퇴 문제에 대해 강경해진 것은 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의 인기몰이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보수당의 더글러스 카스웰 의원이 캐머런 총리의 온건한 EU 정책에 반기를 들며 탈당해 영국독립당에 입당했다.
탈당과 동시에 의원직을 사퇴한 카스웰 의원은 10월 자신의 지역구였던 클랙턴 보궐선거에 출마할 예정인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64%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추가 탈당도 배제할 수 없다. 잭 골드스미스 의원은 영국독립당이 환경 정책만 바뀐다면 입당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주 EU 수뇌부 구성이 완료되면서 EU 개혁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선임된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영국이 없는 EU는 상상할 수 없으며 (영국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이주의 자유 등의 문제에 있어서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상공회의소가 3천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가 EU로부터 일부 권한을 회복하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EU 탈퇴는 영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과반(59%)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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