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日 엔저동력…세계경제 둔화속 아베노믹스 ‘휘청’

꺼져가는 日 엔저동력…세계경제 둔화속 아베노믹스 ‘휘청’

입력 2016-04-06 11:00
수정 2016-04-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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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장중 한때 110엔 선이 무너지면서 일본 엔화의 가치가 1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엔화 가치가 일본이 양적완화를 본격 확대한 2014년 10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돈풀기→엔화약세→수출 확대→임금인상→소비확대’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아베노믹스가 약발을 다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아베노믹스가 휘청거리면서 일본에선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가치 급등은 전통적으로 세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좋지 않은 전조라며 한국경제의 동반 타격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일본 경제 이끌어 온 ‘아베노믹스’ 약발 다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는 지난 3년여 동안 일본 경제를 움직인 동력이었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총리는 “일본은행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며 돈 풀기를 공언했고, 증시와 외환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아베 총리가 집권한 12월 26일 10,230.36이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52.8% 오른 15,627.26으로 치솟았다. 2015년 4월 22일에는 20,000선을 돌파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도 달러당 85.36엔에서 반년 만에 달러당 100엔까지 치솟았다.

특히 2014년 말 엔화 환율이 가파른 오름세를 타면서 그해 10월 30일 달러당 110엔을 돌파했고, 12월 5일에는 120엔을 넘겼다. 지난해 6월 5일 달러당 125.63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시장이 도약한 시기는 모두 아베 정권이 굵직한 정책을 내놓은 때와 겹친다.

아베 정부는 2013년 4월 본원통화 규모를 연 60조∼70조엔으로 유지하는 양적·질적 완화정책을 도입했다.

2014년 10월에는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했다. 본원통화 규모를 80조엔으로 늘리고 상장지수펀드와 부동산투자신탁 매입액은 3배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였다.

대규모 돈 풀기에 일본 실물경제 지표도 호조를 보였다.

일본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3월 2조7천950억엔으로 7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엔저로 수출 기업들이 힘을 받으면서 지난해 2분기 일본 상장사의 경상이익이 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본 정부는 경제 성장세를 바탕으로 임금과 물가 상승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신화는 3년 만에 거품처럼 꺼지고 있다.

올 1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깜짝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가면서 지난달 7∼11일 외국인 순매도가 3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 지수는 올 1분기 6으로 집계돼 3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올해 들어 0%에 정체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일본 정부는 지난달 경기 판단을 ‘일부 약함’에서 ‘약함’으로 하향 조정했다.

◇ “엔화가치 급등 세계경제에 안좋은 전조…한국 경제 동반타격 유의해야”

경제전문가들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가치의 급등은 전통적으로 일본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 좋은 전조로 작용했다며, 한국경제가 일본경제와 동반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엔고로의 방향 전환에 따라 일본 내 임금인상이나 소비확대 등 실물경제로 파급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한계에 봉착했던 아베노믹스가 수출 대기업에 대한 약발마저 모두 반납했다고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안전자산인 엔화가치의 급등은 일본 경제 부진의 징후임은 물론, 세계경제 침체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증폭의 전조로 읽힌다”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 발표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수정발표를 앞두고 경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경제에는 엔고로 한일 경쟁품목의 수출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는 수출 대기업의 실적호조가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해 당초 구상했던 긍정적 파급경로가 작동하지 않았고, 대외 경기 악화로 수출 대기업 실적에 미쳤던 긍정적 효과까지 반납해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 강세로 한국은 수출경쟁 품목의 부담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일본 경제가 안 좋으면 중국만은 못하지만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한국경제와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여 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초 대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각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발표와 오는 12일 IMF의 수정전망 발표를 앞두고 다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연설에서 “세계 경기 회복이 너무 느리고 너무 취약하며 경기 회복 지속성에 대한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제 성장이) 너무 오랜 기간 너무 낮았다”며 너무 많은 이들이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너무’(too)라는 표현을 연달아 다섯 번 반복하며 세계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도 “약간 수정이 있을 것”이라며 “성장의 모멘텀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기준선이 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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