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진영 “경선 사실상 끝났다” 압박 국면
최근 9개 주 예비경선 가운데 8곳에서 승리하며 무서운 기세로 선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추격하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19일 뉴욕 예비경선의 패배는 뼈아플 것이다.너무 늦기 전에 민주당 경선 판도를 뒤흔들 극적인 모멘텀이 필요했던 그는 필사적으로 뉴욕 경선에 임했지만, 결과는 15%포인트 이상 뒤진 참패였다.
오는 26일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코네티컷, 델라웨어, 로드 아일랜드 등 5곳의 경선이 예정돼 있지만, 이들 지역 가운데 델라웨어와 메릴랜드는 확실한 클린턴 강세 지역이고 나머지는 혼전 양상이다. 고향인 뉴욕에서 반전의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샌더스에게는 더욱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뉴욕 경선 직후 클린턴 진영으로부터 샌더스의 사퇴 권유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당내 경선으로 힘을 빼지 말고 이제 11월 본선에 힘을 모으자는 얘기다.
클린턴의 한 참모는 CNN 방송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경선 레이스는 끝이 났다”고 선언했고, 클린턴 역시 18일 유세에서 “민주당 경선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클린턴 진영은 샌더스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클린턴의 이미지가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하에 음으로 양으로 샌더스에 대한 사퇴 압박을 강화할 태세다.
샌더스 후보 측은 뉴욕 경선 패배 후 적이 당황한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샌더스 선거운동 캠프는 이번 뉴욕 경선에 사실상 올인하다시피 했다. 심지어 TV 광고에서는 클린턴 진영보다 200만 달러가량을 더 쓴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경선 직후 고향인 버몬트에 도착한 샌더스는 ”내주 경선에서 승리할 길이 있다“며 ”하루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할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지만, 표정은 전과 달리 지치고 피곤해 보였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뉴욕 경선 직후 사설을 통해 샌더스에게 ”어떤 사회 압박도 무시해 버리라“고 충고해 눈길을 끌었다.
NYT는 ”힐러리의 리드는 거의 넘어서기 어려운 지경이긴 하지만 이 ‘거의’라는 말을 지워버릴 사람은 유권자뿐“이라면서 비록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샌더스라는 후보의 존재감은 민주당 경선에 많은 이득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의 불공정, 대학 교육비 문제, 세계화의 폐해 등 공화당과 민주당 간 중대한 차이를 보였고, 보여야 할 이슈들에 대해 샌더스는 민주당의 노선에 대한 깊은 성찰과 대처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소액 개인 후원금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는 샌더스는 ‘선거에 이기려면 큰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민주당의 오랜 변명을 거짓말로 만들었다며 이는 선거자금 개혁에 대한 최초의 도전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의 선거전략 전문가이자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데이비스 액슬로드도 한 인터뷰에서 ”클린턴 입장에서 샌더스는 매우 귀찮은 존재일 것“이라며 ”하지만, 샌더스는 많은 이슈에 대해 클린턴을 긍정적 방향으로 푸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어느 누가 샌더스를 경선에서 내몰려고 한다면 그의 젊은 지지자들은 매우 분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